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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주평화당의 깃발을 올렸는가

호남·햇볕정책 버리고 우향우 계속하는 것은 당 정체성에 대한 배신

▲ 정동영 국회의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밥과 자존감으로 산다. 옛날부터 밥은 곧 하늘이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배고픔으로부터의 해방과정이었다. 밥의 해결과 함께 민주주의도 왔다. 자존감은 정체성이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이 자기 정체성이다.

 

정당도 밥과 정체성으로 산다. 정당에게 밥은 민심이다. 정당이 배라면 민심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재작년 전북과 호남을 중심으로한 민심은 양당제를 깨고 다당제를 선택했다. 그 결과 국민의당이 물 위에 떠올랐다. 하지만 민심과 아랑곳하지 않고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 합당을 밀어부침으로서 정체성을 포기했고 그 결과 국민의당은 침몰했다.

 

민주주의는 공정함의 기반 위에 발전한다. 인간사회는 불공정에 분노한다. 자존감의 발로이다.

 

한 동물학자가 원숭이 실험을 했다. 원숭이 두 마리에게 조약돌을 주워 오게 하고 조약돌을 가져올 때마다 두 마리 모두에게 오이를 주었다. 똑같이 오이를 주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한 마리에게는 오이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었더니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그 오이를 먹지 않고 실험자에게 내던져 버렸다. 하물며 원숭이도 불공정에 분노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사회에서 불공정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안철수 대표는 절차로서의 민주주의를 무시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의사는 중요치 않다며 묵살했고 당의 규정들을 마음대로 뜯어고쳐 일방적이고 인위적인 합당을 밀어부쳤다. 공당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다루는 횡포에 의원들이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내용으로서 민주주의도 무시했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해 쓰라고 한 특수 활동비를 국정원에서 매달 상납 받고 신성한 국방의 책임을 진 군대를 댓글부대로 변질시킨 엄중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이것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MB의 적폐를 비호하는 입장에 서 있는 그와 어떻게 동조하고 함께 할 수 있겠는가.

 

민주평화당은 법 앞에 현직 대통령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헌법과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지한다.

 

전북과 호남은 민주주의와 함께 남북 평화와 화해의 엔진이고 주체이다. 호남과 햇볕정책을 버리고 우향우를 계속하는 것은 정체성 배신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한반도기를 들지 말라고 주장한다.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하지만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키는 남북 선수단의 공동 입장과 한반도기를 지지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열망하는 민주평화당에게 한반도기는 정신적 깃발이자 정체성이다.

 

이제 가면무도회는 끝났다. 안대표는 지금까지 써온 개혁과 합리의 가면을 벗고 보수와 우향우의 길을 가고 있다. 정당은 정체성을 먹고 산다.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와 평화주의가 바로 국민의당을 접고 민주평화당의 깃발을 올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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