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청와대발 개헌안 발의'가 아쉬운 이유

개헌투표 서둘지 말고
야당과 지구전 펼치며
연내 처리하는 방안을

▲ 김종회 국회의원(민주평화당·김제 부안)

숱한 논란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1987년 6월 항쟁 직후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제9차 개헌이 이루어진지 31년 만의 일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이어 네 번째로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이 됐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했다. 헌법은 권력 연장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제헌헌법을 포함해 8차 개헌까지 헌법의 수명은 5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단명했다. ‘87년 체제’가 30년 넘게 수명을 이어온 이유는 권력에 저항하며 ‘호헌철폐’와 ‘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던 주권자들의 의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87년 체제’도 그 한계를 드러내며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잇따라 수난을 겪으면서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 의제로 부각됐다.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민심에 따라 대선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대선 이후 흐지부지 됐다.

최근 ‘청와대발 개헌열차’가 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0%에 육박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다 제7회 지방선거가 열리는 6월13일을 개헌의 ‘골든타임’으로 보는 듯 하다. 이른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다. 거사를 치르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내용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개헌안의 골자인 △대통령 4년 연임제 △4년 연임제 적용 대상에 문 대통령 배제 등은 동의한다. 단 전제가 있다. 대통령 권력 분산의 핵심인 국회의 ‘총리 추천제’가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분권과 협치에 기반한 책임정치 실현이 가능해진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자는 타이밍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개헌을 지방선거 필승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백년대계 설계도’인 개헌은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집권 여당 스스로 이러한 논란의 여지를 차단했어야 옳다.

청와대발 개헌안에 대해 야당이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개헌 저지선은 국회의원 3분의 1. 현재 재적의원은 293명이다. 98석이면 개헌을 막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16석이다.

굳이 ‘선거용’이라는 폄훼를 자초하면서 개헌열차를 출발시킬 필요는 없었다. 물론 고도의 전략차원에서 자유한국당을 여론으로 압박한 뒤 이번에 안 되더라도 제2의 타이밍을 도모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정치행위에 있어 여론이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아닐 때도 있다. 여론보다 실속을, 국민보다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행위가 적지 않았다. 오기의 정치도 작동했다. 한번 궁지에 내몰린 정당은 여론보다 호승심으로 몽니를 부리곤 했었다.

따라서 집권여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적절한 제2의 타이밍이 아니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 한번으로 해결하는 ‘원샷 원킬’을 고려했어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조급증이 아닌 야당과 지구전을 펼치며 연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어야 했다. 개헌이 목적이지 개헌안 발의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노련하게 ‘개헌 로드맵’을 실행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국회 역시 당리당략을 떠나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시대정신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 필자 역시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민심은 권력의 사유화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주권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뿌리 깊은 나라다운 나라 건설’임을 단 한시도 잊지 않으련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에서 다시 뛰는 군산 수산업, 글로벌 K-씨푸드 중심지로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