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나는 3학년 때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자면 꿈에 나오셨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자면
우리 아버지가 꿈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가 보고 싶다.
진짜 딱 한 번이라도
우리 아버지를 보고 싶다.
* 처음 식구 이야기로 시를 쓰자고 했을 때 아이들은 쓸거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었다. 시 쓰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은 시를 쓴다고 A4 종이를 잡고 쓰는 척이라도 하는데 종화는 밖을 여러 번 들락거렸다. 안 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잠깐 앉아 쓰더니 나에게 던지듯이 얼른 내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냥 대충 쓰고 나가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종화 시를 보고 울고 말았다. ‘진짜 딱 한 번만이라도’라는 그 말이 내 가슴을 울렸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우는 나를 뻥하니 한참 바라보았다. 종화가 모른 척 교실에 들어왔다.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슬며시 종화에게 다가가 살짝 안아주었다. ∥윤일호 (아동문학가, 초등학교 교사)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