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국가대표 선수촌장 임명 처음
팔씨름 잘했던 소년이 금메달리스트에서 선수촌장 까지
팔씨름을 학교(이리농고)에서 꽤 잘했을 뿐이었다.
김제 넉넉한 농가에서 태어나 집안의 가축들을 관리하기위해 부모님의 뜻을 받들어 농고에 진학한 학생이 키는 작은데 팔힘은 남달랐다.
반에서 친구들과 장난삼아 한 팔씨름에서 이기고, 옆 반 동급생도 이기는 등 학교에서 소문이 나기시작하자 학교 레슬링부 감독이 찾아왔다.
서로 몸을 부딪치고 넘어뜨리는 레슬링에 푹빠진 그에게 아버지는 무슨 레슬링이냐며 극구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레슬링을 하면 귀가 납작해지고 뭉툭해진다는 것도 몰랐던 10대 소년은 10여 년 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37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육인들의 성지인 진천 선수촌장으로 임명됐다.
유인탁(63) 신임 진천 선수촌장의 이야기다. 전라북도 체육회 사무처장이 국가대표 선수촌장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북 체육계의 큰 경사이다.
유 신임 선수촌장을 만나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육인들을 육성하고 훈련시키는 선수촌의 장이 되셨습니다. 소감은 어떠십니까.
“만감이 교차합니다. 김제 공덕 출신 촌놈이 국가대표의 모든 종목선수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의 사령탑에 오른다는 자체가 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합니다. 84년 LA 올림픽결승 경기 못지않게 가슴이 설레입니다. 1958년에 레슬링을 전북에 도입하신 아흔이 넘으신 안광열 사부님께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 말씀하셨습니다. “고맙다. 그리고 또 고맙다” 고 하시더군요. 고령임에도 목소리에 힘이 넘치셨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는 기분입니다”
-전북 출신 금메달리스트가 선수촌장으로 임명돼 전북체육의 위상이 높아진 느낌입니다.
“레슬링의 경사이기도 하지만 우리 전북 체육인의 위상이 한단계 더 제고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의 예상치에 밑도는 성적표는 내면에 잠자고 있던 도전 의식을 나에게 일으켜 세우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초 촌장으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본인의 주종목이었던 레슬링에서 올림픽 메달이 없습니다.
“투자대비 성적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양궁은 현대자동차와 합작품이였으며, 펜싱 뒤에는 든든한 후원군 SK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레슬링도 과거 효자종목이던 때 삼성 고)이건희 회장의 관심과 사랑 속에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레슬링이 큰 역할을 한것이죠. 그러나 삼성이 떠난 후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이젠 동네 북 신세가 되고 말아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희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투기종목은 역시 높은 훈련량으로 말합니다. 파트너 배수를 늘려서 다양한 선수들과 강도높은 훈련을 할수 있도록 하고, 특히 해외 전지훈련도 적극 검토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스포츠는 팬, 관중의 응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요,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고나 메달획득보다는 그 선수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에 더 국민들이 감동을 느끼고 응원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의 트렌드가 변한 것 같은데요. 여자 배구선수들과 높이뛰기의 우상혁선수가 그랬고, 수영 황선우의 초반 스퍼트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사력을 다해서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선수 모두에게 금메달 못지않게 박수쳐주고 축하해 주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위로해주는 스포츠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특히 조금은 부족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기 때문에 박수를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올림픽 등에서의 성적이야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선수촌 운영 방안등이 있으신지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선수촌의 모든길은 경기력으로 통해야 됩니다. 상식과 이성이 통하는 선수촌이 되길 원합니다. 일단 진천선수촌은 내년 2월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춰야 합니다. 우리나라 현재 동계스포츠 여건상 설상과 빙상에서 훈련을 소화하기에 시설이나 훈련장이 완벽하지 못합니다. 대체 시설에서 어떻게 훈련해야 경기력을 정상으로 끌어 올릴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전문가와 소통하며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적극 활용하고 해외 및 국내 전지 훈련을 통해 경험 축적과 동기부여 그리고 장단점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도록 할것입니다”
-도쿄올림픽 다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리올림픽인데, 어떤 성적을 내느냐이겠네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도쿄올림픽에서 10대들의 반란의 주인공들을 3년 후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월드스타 프로젝트’를 가동하려고 합니다.
투기종목의 부활을 위한 방안도 각 종목 지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강구하며 투기종목 경기력 향상을 위한 T/F팀도 가동하는것도 방법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의 종착역은 경기력향상입니다. 모든 선수촌의 스태프는 경기력을 위하고 있는지 항상 뒤돌아보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성적 합리적 사고로 선추촌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미래를 위해선 현재를 되짚어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국 체육, 어떻다고 보십니까.
“도쿄올림픽을 본다면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와 사투속에 숨을 헐떡이며 치룬 전대미문의 올림픽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속에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들의 성적표는 솔직히 썩 맘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격투기종목(태권도, 레슬링, 유도, 복싱)의 몰락과 특정 종목 지도자와 선수의 최선을 다하지 않는 정신력과 눈에 거슬리는 언행들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또 금메달이 나온 종목이 너무 한정돼있습니다. 양궁, 펜싱, 체조등 3종목 뿐이었습니다”
-반면, 일명 젊은 MZ세대들이 두각을 보였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죠.
“네, 10대들의 대 반란, 약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체육의 희망입니다. 김제덕(양궁), 여서정(체조), 서채현(클라이밍), 안세영(배드민턴), 황선우(수영), 신유빈(탁구)등 10대 선수등과 전웅태(근대5종), 신재환(체조), 우상혁(높이뛰기), 우하람(다이빙) 등이 있었는데요. 그들이 3년 후 파리올림픽까지 몸관리를 잘하고 훈련을 충실하게 소화한다면 그 3종목보다 더 많은 종목으로 다변화 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요. 여기에 격투기 종목에서의 배전의 노력으로 도전한다면 과거 대한민국의 영광이 되살아 날수있으리라 생각하며 충분히 재현될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 체육을 재건시키고 한단계 더 도약 시킬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촌장이겠습니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북도민과 나아가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주십시오.
“전북 출신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으로서 전북인의 자긍심을 갖고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스포츠를 통해서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와 하면 할수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 드릴 수있도록 촌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전북인의 손으로 대한민국 스포츠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도록 할것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유 신임 진천 선수촌장은...
1958년 김제 공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때 레슬링에 입문한 뒤 84년 미국 로스엔젤리스 올림픽에서 68㎏급 자유형 금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전에서 허리부상을 당해 온전치 못한 몸으로 결승전에서 상대 미국 앤드류 라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결승전에서 왼쪽 무릎부상을 당했다.
그가 결승전에서 보인 부상 투혼과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나타나 애국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온 국민이 감동했다.
유 내정자는 당시 눈물에 대해 “네 살 때 돌아가신,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얼굴을 보고 싶고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어리광 부리고 싶어서 울었다”고 평소 이야기한다.
LA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한 두 대한주택공사와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고 회사에 다니다 친구와 서울에 고깃집을 운영했다.
이후 전국의 교도소를 돌며 무료강연을 했다. 전주대학교 체육학과 객원교수와 익산시체육회 사무국장등을 거쳤고, 지난해 2월 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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