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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손편지 진정성, 인사로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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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논설위원

정권교체 때 지역민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갖는 게 지역 현안의 국책사업 반영과 지역 출신 인사의 중용 여부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로서도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다독이며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지역균형발전정책과 탕평 인사만한 좋은 수단이 없다. 지역발전사업은 임기 중 하나씩 풀어갈 문제다. 인사가 당장 시험대다. 새 정부가 보통 첫 부처 장관급 인사에서 출신 지역을 고려하는 것도 지역갈등 해소와 지역화합을 중요 과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보수정권은 인사에서 지역배려를 외면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만큼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에 함몰됐다. 박근혜 정부 때도 조각 초기부터 내내 변변한 장관 한 자리에 앉은 전북 인사가 없었으며, 주요 핵심 권력에 곁불도 쬐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엊그제 발표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영남 인사가 절반이 넘는 5명이다. 호남 출신 인사는 1명도 없다. 아직 절반의 부처 장관 인사를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1차 인선만 보면 역대 보수정권에서의 호남 차별 인사가 재연될 것 같은 조짐이다.

보수정권들이 흔히 능력중심의 인사원칙을 앞세운다. 윤 당선인도 그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는 부처 장관 지명 후  “인선에 할당이나 안배는 하지 않겠다”  “유능한 분을 찾아 지명을 하다 보면 결국 지역과 세대, 남녀의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출신 배경을 떠나 출중한 능력을 가진 분을 모셔 국가의 동량으로 쓴다는 걸 탓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능력이라는 게 주관적이다. ‘능력’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든지 정실 인사와 밀실 인사, 낙하산 인사가 합리화 될 수 있다. 지역 안배 인사를 운운하는 것이 ‘능력 인사’ 앞에 협량하게 보인다. 인사권자에게 ‘능력중심’의 인사원칙은 그야말로 요술방망이인 셈이다.

대선에서 표를 많이 준 지역을 배려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호남에서 갓 10%대 지지를 해놓고 지역 안배 인사를 요구하는 게 가당치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 장관 자리를 승자의 전리품으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실질적인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정무직 자리가 수백 개에 이른다. 올바른 방향은 아니지만, 정실 인사가 가능한 자리들이다. 그러나 부처 장관은 해당 부서의 최고 책임자일 뿐 아니라 국가운영 전반을 논의하는 국무위원이다. 부처 장관 임명 때 국회 청문회를 거치게 하는 것도 이 같은 상징성과 중요성 때문이리라.

물론 전북 출신 부처 장관 중 지역의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했는지 의문부호가 따른다. 지역안배 차원에서 배려를 받고도 본인의 입신양명만 생각하는 ‘무늬만 전북인’도 없지 않았다.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은 전북 출신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활동했으나 지역 현안들은 그대로다. 정치인들만 호가호위 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보아도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본다'고 했다. 10년 보수정권시절 나돌던 전북 출신 중간 간부급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간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에 호남발전을 약속하는 내용의 손편지까지 썼으며, 재경도민회 행사에 참석해 호남이 홀대받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 시금석이 인사라고 본다. 굳이 당선인의 약속이 아니더라도 국가의 중요정책 과정에서 인력을 균형있게 활용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다. 차기 정부의 안정적 착근이나 국민의힘의 진정성 있는 호남동행을 위해서도 탕평인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조만간 이뤄질 2차 정부 부처 장관 인선을 지켜볼 일이다. 보수정권 때마다 입에 붙은 ‘호남 차별’이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에서 마침표를 찍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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