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후백제는 통일신라 말기, 전주에 왕도를 정하고 삼남에 걸친 넓은 지역을 36년간 호령하며 삼한일통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했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승자의 논리에 의해 후백제는 패배의 역사로 취급돼, 고려 초에 잠깐 등장했던 과도기적 국가로만 여겨졌고 제대로 된 연구도 이뤄지지 못했다.
후백제는 단순히 패자(敗者)의 역사가 아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일어선 독자적이고 떳떳한 국가다. 후백제의 연호 정개(正開)엔 세상을 바르게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새로 열린 하늘에서 백성을 밝게 비추기 위해 강렬하게 타오른 태양 같은 나라였다.
후백제의 역사가 짧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황제가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秦)의 역사가 단 15년 만에 막을 내렸다고 해서 시황제의 통일제국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후백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세 전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강대한 국가였다. 지금껏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소외되고 외면받은 후백제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우리 역사의 본 흐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 위해 재조명과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전주시는 문경, 상주, 논산, 완주, 진안, 장수 등 지자체와 함께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고 ‘협의회 회장도시’로서 후백제 역사 문화의 연구·보존·복원과 함께 인식 개선, 연계 관광자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마침내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역사문화권이 9번째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후백제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조사·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에 발맞춰 우리 전주시는 후백제 문화 중심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후백제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8월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으로 고도(古都)를 추가 지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주의 고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도 지정을 통해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천년 전주의 정체성을 되찾을 것이다. 후백제 궁성과 도성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후백제 대표유적인 동고산성의 국가문화재 사적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백제를 널리 알리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국립 후백제 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해 후백제 연구 중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후백제 역사공원과 후백제 마을을 조성해 후백제 왕도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다.
이는 인근 관광지 및 후백제 주요 유적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 후백제부터 조선까지 전주의 역사문화유산을 하나로 엮어 전주의 미래 관광산업을 이끌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큰 축이 될 것이다.
후백제는 후삼국시대의 중심에서 강대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누리던 전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이젠 패배의 역사 프레임을 벗고 후백제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후백제가 남긴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해 전주의 재도약을 이끌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겠다. 백성을 위해 바른 세상을 열었던 후백제 정신을 계승해 우리 전주시민의 앞길을 훤히 비추는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견훤대왕의 원대한 꿈을 이어받아 전주의 새로운 천년 미래를 위대한 전주시민들과 함께 열어가겠다.
/우범기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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