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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든든한 지역사회 복지 안전망, 정읍 공유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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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정읍시장

정읍에는 아주 특별한 냉장고가 있다.  

누구나 채울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며, 어떤 이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기운을 전하는 마법의 냉장고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동네 골목이 한결 온화해졌다는 전언도 꽤 잦다. 

지난해 10월부터 내장상동과 수성동, 시기동주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공유냉장고 얘기다. 각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운영하는 공유냉장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음식과 식자재 등을 기부하고, 필요한 지역주민이 가져가는 '나눔 냉장고'다.   

사실 공유냉장고는 정읍이 처음도, 가장 활성화된 곳도 아니다. 2010년 독일의 한 영화 제작자이자 저널리스트가 ‘쓰레기를 맛보자(Taste The Waste)’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다루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이고, 미국에서도 ‘Community Fridge’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읍의 공유냉장고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나눔 운동이 아닌 지역사회 든든한 복지 안전망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세 개소에 들어온 후원 물품은 현금가로 1억여 원.

김치와 국 등 만들어진 음식부터 식재료, 가공식품과 과일 등 여러 가지 먹거리들이 냉장고를 채운다. 채우는 이들도 다양해서 음식 양을 조절하지 못해 많은 반찬을 만든 주부의 일시 후원에서부터 식품업체나, 식당, 각급 기관단체들의 통 큰 정기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채워진 냉장고는 필요한 사람이 1주일에 두 번씩 이용할 수 있다. 고루 도움을 주기 위해서 1가구 당 1∼2개 품목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시민들께서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현재까지 1만 3754세대(4월말 기준)가 후원한 음식과 물품으로 따뜻한 식사를 하며 위로받고,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이렇듯 공유냉장고는 음식물 낭비 예방은 물론 이웃과의 온정 나누기, 지역사회가 스스로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환경 조성의 효과가 큰 사랑나눔 공유프로젝트라 하겠다.

실제로 우리 정읍에서도 공유냉장고가 단순한 나눔 운동이 아니라 나눔과 돌봄이 이어지고, 지역 구성원끼리 서로 돕고 돌보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더 활성화되고 발전해서 복지 안전망이자 지역사회 공동체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자리 잡아 가길 희망한다. 

다만, 아직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아 아쉽다. 더 많은 시민께서 후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읍은 우리나라 최초로 동네 화목을 위한 자체규약인 향약이 시작된 곳이다. 불우헌 정극인 선생이 1475년 고현동 동네 사람들의 화목한 공동체 생활을 장려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 행사인 향음주례를 만들었고,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향약인 ‘태인 고현동향약’의 시작이다.  

덕업상권(德業相勸), 환난상휼(患難相恤)과 같은 향약의 덕목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 지키기나 폭정과 외세에 맞섰던 동학농민혁명 등 여러 역사적 사건에서 보듯 공동체를 위해서 아낌없이 희생할 줄 아는 정읍인의 근간이 됐다. 공동체 우선, 나눔과 배려, 환난상휼 정신이 바로 정읍정신이고 정읍인의 힘이다.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이웃도 돕고, 정도 나누고⋯.

지금이 바로 정읍인의 힘을 발휘할 때다.

/이학수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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