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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금요수필]JSA 비무장지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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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희

지난해 내 생애 잊지 못할 특별한 견학을 했다. '작가의 문장' 야외수업의 일환으로 판문점 견학을 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선착 순이라하여 서둘러 접수를 했다.

8월 초부터 판문점 견학 예정자들의 단톡방이 개설되고 하순이 되니 판문점 견학 지원센터에서 견학이 확정되었다며 자세한 안내 문자가 왔다. 

1번 국도를 타고 임진각을 지나 통일 대교로 달렸다. 1998년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이 보낸 1001마리 소를 싣고 북으로 갔던 길이었다. 어제 일인 듯 감회가 새롭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임진각까지 오느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임진로에 있는 우리 콩 음식 전문점이었는데 '비지찌개'가 메뉴에 있어서 반가워 주문했다. '비지찌개'는 특히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남원 살 때는 자주 볶아 먹었다.

그런데 전주에서는 남부시장을 가도 비지 파는 곳이 없어 못 먹었다. 25년도 넘게 맛보지 못한 추억의 비지찌개를 뜻밖에 먹게 되다니. 음식 나올 때 보니 두 사람만 비지찌개를 주문했고 모두 된장찌개였다. 비지 맛을 아는 사람이 몇 안 되는 셈이다. 먹다가 나는 역시 된장찌개보다 맛있다고 옆 사람에게 밀어주며 맛보게 했더니 그 사람도 맛있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숟가락들이 모였다. 내 집 음식을 인심 쓴 기분처럼 흐믓하고 마음이 낙낙해졌다.

드디어 판문점에 도착하여 신분확인을 마친 후 셔틀버스를 타고 본격적인 비무장지대 견학이 시작 되었다. 철저한 신원조회를 받으며 문득 영화 '공동경비구역'의 설경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안개비가 내리는 비무장지대에 들어왔으나 긴장감이 들지 않는 게 이상했다.

영화 JSA를 보고 난 이후부터 개인적으로 북한 군인들에 대해 경계심이 풀렸다고나 할까? 저만치 눌러 앉아있는 대성동마을 앞을 지났다. 농촌 풍경은 남한이나 비무장지대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벼들이 누렇고 평화롭게 익어가고 있었다. 긴장감이 돌듯 한데도 막상 평안했다. 

남측 대성동 '자유마을'엔 99.8m 높이의 송전탑 모양 게양대에 대형 태극기가 펄럭였다.

현재 46가구가 경작권만 소유하며 농사를 짓고 산다고 한다. 밤10시-아침 6시까지는 통행금지 시간이다. 동승한 국군 해설사는 8개월 거주 원칙을 지켜야 주민권을 인정받는다고 설명 했다. 출입이 엄격하여 제약을 받고 살지만 오랜 세월 동안의 삶이라 일상이 되어 불편없이 적응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북한에도 비무장지대에도 대성동 마을과 같은 형태의 마을이 있었는데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라는 160m 높이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남쪽의 대성동 마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북한 쪽 비무장지대에 기정동 평화마을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판문점에서 개성공단이 12km 거리라니 지척인데도 갈 수 없는 곳이다. 개성공단을 왕래할 수 있을 때 문학기행 가려다가 못 갔던 게 새삼스럽게 아쉬웠다.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도 허용된 범위에서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는 현실이 뼈아픈 분단의 비극을 실감한다.

우리 군인들이 호위하여 인솔하면서 자유의 집, 자유의 다리, 미군 보니파트 대위가 전사한 현장과 장명기 상병 추모비 등을 둘러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다. 이 어둡고 무거운 분위를 반전이라도 하듯 일곱 빛깔 무지개를 펼쳐놓은 듯 팔랑개비 무리가 합창을 한다.

평화롭게 돌아가는 언덕에서 오색 빛 우산을 받고 발랄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통일을 기원하는 강렬한 메시지의 은유로 읽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마음 속으로 되 뇌이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박순희 수필가는 한국문인으로 등단, 수필집 ‘꽃으로 말한다’, ‘대체로맑음’, ‘보랏빛 운무 속에’를 냈다. 도서관에서 사자소학을 가르쳤고 일본어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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