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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열린광장] 진안의 관문 ‘보룡재’, 선형개량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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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춘성 진안군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로마인들은 대부분의 도로를 직선으로 건설했다. 필요하다면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었다. 제국 영토의 곳곳을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고 싶어서였다. 

오늘날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놓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도로는 직선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지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경우 안전성, 효율성, 시급성은 후순위다. 선형이 불필요하게 굽거나 정차 지점이 늘어나는 이유의 이면에는 그런 사연이 있기 십상이다. 도로를 직선화한다는 건 큰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다.

진안고원은 진안, 무주, 장수에 걸쳐 있는 고원지대다. 전북 서부의 평야지대와는 대조적인 산악지형을 이룬다. 호남과 영남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특히 진안은 전주를 비롯해 전북 동부와 충청·경상 지역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진안의 웅치전을 말하면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을 내놓았다.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뜻이다. 진안 웅치(곰티재)에서 우리의 민관 의병 연합군이 일본군에 큰 타격을 입혀 호남의 수도 ‘전주성’으로의 진격 의지를 꺾었기 때문이다. 곰티재는 1970년대 후반까지 진안의 오랜 관문이었고, 이후엔 모래재가 그 역할을 맡았다. 현재는 보룡재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보룡재는 국도 26호선 구간에 있다. 국도 26호선은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적은 예산을 들여 짧은 시간에 4차선으로 개통됐다. 졸속 공사였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많아 교통사고가 쉴 새 없을 정도다. 1㎞당 8.63건이라는 사고 통계가 이를 웅변한다. 겨울철에는 적설에 따른 정체와 사고가 잦다. 지난해 11월에는 폭설로 도로가 마비된 적이 있었다. 당시 전주-진안 방향 출근 차량들이 대거 역주행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진안군은 전북 동부권 지역 주민들의 건의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 보룡재 구간의 선형개량 필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앙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위험과 불편이 고스란히 주민 몫인데도 말이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도 26호선 보룡재 구간 개량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일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오랜 주민숙원이 과연 이번에는 해결될 수 있을지 군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룡재 구간 선형개량 사업은 단순한 도로정비,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다. 진안을 포함한 전북 동부산악 지역의 교통량과 물류 흐름을 증가시키고, 생활권 확장을 통해 지역 간 교류를 촉진하는 핵심 사업이다. ‘안전’ 확보는 물론이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전북 동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도로 개량은 꼭 필요하다. 응급상황 시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지 않은가. 

선형개량이 된다면 관광 수요 증가와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안고원의 청정 자연과 연계된 생태관광 활성화와 체류형 관광지 조성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보룡재 선형개량 사업은 지속가능한 동부산악지역 발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기막히게 절실하다.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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