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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 청어람’…김연 제자발표회 열린다

김연 명창의 제자들이 소리를 잇고, 담고, 펼치는 판소리 한마당이 열린다. 김연 제자발표회 ‘소리를 잇다·담다·펼치다 –청출어람 청어람’이 29일 오후 3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권삼득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무대에는 총 11개 팀의 제자들이 참여해 단가와 민요, 심청가·흥보가·춘향가의 주요 대목 등 다채로운 소리를 선보인다. 첫 무대는 전북자치도립국악원 판소리 초급반 1의 ‘사철가’와 심청가 중 ‘주막에 들어’ 대목으로 문을 연다. 이어 △ 박성주(전주 자연초 1)의 민요 ‘통영 개타령’, △한진우(전주 화정초 2)의 흥보가 중 ‘부모님께 효도하고’ 대목, △ 오유식(한국판소리보존회 임실지부 이사)의 단가 ‘백발가’, △임실판소리동호회의 단가 ‘호남가’와 흥보가 중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대목이 무대를 채운다. 이후 △최금철(한국판소리보존회 임실지부 이사)의 흥보가 중 ‘돈타령’ 대목, △송옥엽(전 전주판소리동호회 회장)의 춘향가 중 ‘하루 가고 이틀 가고’ 대목, 이정인(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의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 등으로 이어진다. 이밖에도 최가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악예술강사)의 흥보가 중 ‘둘째 박 타는’ 대목이 펼쳐지며 마지막으로 김연 명창이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무대를 장식하며 발표회는 마무리된다. 김연 명창은 “오는 12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판소리 교수직을 퇴임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해온 연수생과 제자들이 소리를 잇고 담아 펼치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소리판을 열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연 명창은 1982년 박봉술 명창을 통해 판소리에 입문한 뒤, 1989년부터 이일주 명창에게 동초제 흥보가·심청가·춘향가·수궁가·적벽가를 사사했다.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판소리전공)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이론과 실기를 꾸준히 연마해 왔다. 2002년 임방울 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4년 전주문화방송 ‘서바이벌광대전3’에서 최종우승을 거두는 등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에서 창극 활동을 펼쳤으며, 이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판소리 교수로서 30여년 동안 판소리 대중화에 헌신해왔다. 특히 2023년 ‘흥보가’, 2024년 ‘심청가’를 완창하며 명창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5.11.28 11:31

관객이 목소리로 무대를 만들다⋯창작소극장서 열린 ‘필로우맨’ 희곡 낭독회

“읽기만 하는데도, 어느 순간 우리가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전주 창작소극장 1층 작은 카페. 낯선 욕설이 튀어나올 때마다 웃음이 번졌고, 대사를 넘기며 인물의 감정에 스며드는 순간마다 테이블 위 따뜻한 찻잔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salon de 울림: 배우와 함께하는 희곡의 소리’ 낭독 모임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이번 달 함께 읽은 작품은 영국 극작가 마틴 맥도나의 작품 ‘필로우맨’. 삶을 끝내려는 인물 A 앞에 온몸이 베개로 된 필로우맨이 나타나 어린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고, 그 이야기를 쓴 작가 ‘카토리안 카토리안’이 전체주의 국가의 도살장에서 끌려가며 벌어지는 전개는 참가자들의 감정선을 쉼 없이 흔들었다. 잔혹한 설정과 블랙유머가 공존하는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는 낭독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났다. 이날 모임에는 김다비(46), 임은영(50), 김은정(29), 정세영(27), 정숙인(55) 씨 등 5명이 참여했다. 배우이자 창작극회 대표인 류가연 씨가 큐레이터로 나섰다. 이들은 8인용 사각 테이블을 둘러앉아 희곡집을 펼쳐 들고 준비해 온 빵과 차를 나눴다. 나이도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이 희곡집 낭독회 참여자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내, 대사를 주고 받으며 금세 연극을 함께 만드는 동료로 변했다. 세 번째 참여했다는 김다비 씨는 “종이를 들고 읽는데도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보이더라”며 “독서처럼 시작했다가 옆 사람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어느새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욕설을 읽으며 민망해 선글라스를 썼다는 일화도 웃음을 자아냈다. 첫 참여자 임은영 씨는 “인물 파악도 안 된 상태였는데 감정이 자연스럽게 붙더라”며 “오랜만에 희곡의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은정 씨는 “여럿이 함께 읽으니 감정이 훨씬 풍부해졌다”며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부담 없이 경험해볼 기회였다”고 했다. 창작극회 배우 정세영 씨는 두 번째 참여로 “바쁜 일정에 희곡을 읽기 힘든데, 이렇게 모여 읽는 시간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현장은 순간순간 표정이 달라졌다. 대사를 읽다 인상을 찡그리거나, 손을 떨 정도로 몰입하는 이도 있었다. 배우 못지않은 억양으로 욕설을 쏟아내 모두를 웃게 만드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구절을 휴대폰으로 찍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눈빛이 오가고, 배역에 따라 서로 격하게 쏘아보거나 화를 내는 장면까지 더해지자 짧은 대사 하나에도 여섯 명의 감정이 크게 흔들렸다. 류가연 큐레이터는 “일상에서는 하지 못하는 표현도 극을 통해선 해볼 수 있다”며 “이번 모임은 특히 ‘뱉어보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작품 속 거친 언어를 낭독하며 뜻밖의 해방감을 느낀 듯했다. 창작소극장의 ‘salon de 울림’은 매달 다른 희곡을 읽는 프로그램으로, 단순 독서 모임을 넘어 ‘연극의 첫 단계인 대본 리딩을 시민이 직접 체험하는 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는 8월 시작 이후 꾸준히 참석하며 자신만의 참여 루틴을 만들었다. 희곡을 소리 내 읽는 행위는 타인의 감정과 시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작은 연극적 경험이다. 여섯 명의 목소리가 작품의 어둠과 웃음을 오가며 이어간 낭독은, 늦가을 밤 작은 카페를 조용한 무대로 바꿔놓았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11.28 10:01

김제시, 2026년 공공근로사업 참여자 모집

김제시가 오는 2026년 1월 5일부터 3월 20일까지 약 3개월간 운영되는 2026년 제1단계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번 공공근로사업은 환경정화사업, 정보화 추진 등 총 81개 분야로 구성되며 122명의 참여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모집 기간은 12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5일간이며, 신청을 희망하는 시민은 주민등록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 접수해야 한다. 이후 시는 가구 소득액, 재산, 부양가족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여자를 선발한 뒤 1월 2일에 문자로 개별 통지할 계획이다. 모집 대상은 사업 개시일 기준 18세 이상 69세 이하의 김제 시민으로, 가구소득이 기준중위소득 70% 이하(1인가구 포함)이면서 재산(토지·건축물·주택·자동차 등 재산액 합계)이 4억 원 미만인 실업자 또는 구직 등록을 한 자이다. 문의 사항은 김제시 홈페이지 고시·공고에서 확인하거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경제진흥과로 문의하면 된다. 시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공근로사업이 일시적 일자리 제공을 넘어 시민들이 다시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제=강현규 기자

  • 김제
  • 강현규
  • 2025.11.28 09:45

제식구 허물덮은 공수처장…"국회위증 고발건 특검 이첩도 막아"

송창진 전 부장검사 국회 위증 고발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1년 가까이 뭉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뇌부가 이명현 특별검사팀으로 사건을 이첩하는 것조차 적극적으로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채상병 순직 관련 의혹을 수사할 특검팀이 출범을 앞둔 지난 6월 14일 공수처 지휘부 회의에서 한 부장검사로부터 해당 고발 건을 대검 및 특검으로 이첩하자는 건의를 받았다. 이는 관련 사건 이첩을 명시한 특검법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오 처장은 "법리상 대검이 맞는지, 특검이 맞는지, 송부 대상 범죄는 맞는지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이첩을 막았다. 나흘 뒤 오 처장은 재차 이첩 건의를 받았지만 "법리상 특검에 보내는 게 맞는지 재검토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가 해당 고발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통보하지도, 이첩하지도, 수사를 진행하지도 않기로 상호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고발장 접수 이틀 만인 지난해 8월 21일 송 전 부장검사 고발건에 대해 무죄로 결론 내린 보고서를 작성했고, 같은 날 해당 보고서를 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그해 9월 27일에는 처장실에서 오 처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처장이 박 전 부장검사로부터 해당 고발사건을 무죄로 결론 내린 '신속검토 보고서'를 보고받았는데도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아 사실상 보고서 내용을 승인했다고 봤다. 해당 보고서에는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고발이 "공수처 검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대검에 통보하거나 수사를 진행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공소장에는 김선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행위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들은 처장·차장직을 대행하기 전부터 관련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들은 2023년 12월 여운국 전 공수처 차장을 찾아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총선 전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지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이듬해 1월 압수수색이 준비되자 또다시 여 전 차장에게 "영장 청구서를 결재해주면 안 된다. 결재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이들의 수사 방해 행위는 지난해 1월 말 공수처 처장·차장 직을 대행하면서 본격화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여 전 차장의 퇴임식 직후 첫 간부회의에서 채상병 수사팀의 규모를 축소하고 주무 검사를 다른 부서로 전보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에 이대환 당시 채상병 수사팀 부장검사가 사흘 뒤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인사 조처를 하면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낭독하면서 전보 조처는 이행되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처장직을 대행한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지속해 소환조사를 저지했다. 당시 수사팀은 진술이 오염되고 관계인들이 입을 맞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 사항을 전달했고, 이 부장검사는 "선거가 두 달 넘게 남았으니 차라리 지금 빨리 소환조사를 해버리고 선거 즈음에는 조사를 안 하는 게 영향을 안 주지 않겠느냐"며 설득했으나 김 전 부장검사는 완강히 거부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계속해서 승인을 요청하는 이 부장검사에게 감찰까지 언급하며 명령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3월 27일 이 부장검사는 자신과 달리 김 전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수사1부의 수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출석요구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으나 김 전 부장검사는 "총선 전에는 소환 요구도 안 되고 전화 통화도 하지 말라. 수화기 들면 감찰 조사 하겠다. 총선이 끝나면 그때부터 소환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채상병 수사팀은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사건 관계자를 조사할 수 있었다. 이 또한 이 부장검사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결과다. 송 전 부장검사는 또 지난해 6월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약 일주일간 결재하지 않다가 "경찰 이첩 기록 회수 지시는 재량행위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한 것에 불과해 법리상 직권남용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리검토보고서를 오 처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오후 오 처장이 부장회의를 소집하자 송 전 부장검사는 "수사외압 사건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 100페이지 이상 읽기가 힘들다", "범죄사실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되더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안 된다"고 말하며 공개적으로 압수수색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가 윤 전 대통령에 의해 공수처 검사로 임명됐으며, 처·차장직을 대행하기 전부터 공수처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적시했다. 일례로 김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조직 구성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정치일반
  • 연합
  • 2025.11.28 09:22

국민연금 월 최고 318만원…20년 부으면 평균 112만원 받는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매달 300만원 넘게 노령연금(수급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반면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약 68만원 선으로 나타나 가입 기간에 따른 수령액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연금이 '얼마나 오래, 꾸준히 내느냐'에 따라 노후 보장의 질이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28일 국민연금공단의 '2025년 7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수급자의 월 수령액은 318만5천4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용돈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노후 생활비로서 기능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해당 최고 수령액은 노령연금 수급자 중 연기연금 신청이나 장기 가입 등을 통해 연금액을 불린 결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가입 기간에 따른 평균 수령액의 차이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67만9천924원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금액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1인 가구 기준 최대 77만원 선)보다 낮다며 연금의 실효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계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과 납부 액수에 비례해 수령액이 결정되는 구조다. 실제로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완전 노령연금' 수급자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112만539원으로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돈다. 반면 가입 기간이 10년에서 19년 사이인 경우의 월평균 수령액은 44만2천177원에 그쳤다. 결국, 꾸준히 20년 이상 직장생활이나 지역가입을 유지하며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기초적인 생계 보장 수준을 넘어서는 연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급 금액별 분포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현주소가 더 명확히 보인다. 월 20만원에서 40만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가 약 217만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고액 수급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월 100만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는 약 85만명에 달하며, 월 200만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도 8만2천48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에 비해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체적인 연금 수급자의 규모도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7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일시금 포함 누계)는 754만4천930명을 기록했다. 이 중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 연금 수급자는 733만8천371명이다. 급여 종류별로 보면 노령연금 수급자가 약 620만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유족연금(107만명)과 장애연금(6만8천명)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금 적립금 규모는 1천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7월말 기준 기금 운용 금액은 1천304조4천637억원으로, 전년도 말 대비 약 91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7월까지의 기금 운용 수익금만 84조1천658억원에 달해 보험료 수입 외에도 운용 수익이 기금 증식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국내 채권(325조원)과 해외 주식(467조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국내 주식(199조원)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 성과가 국민연금 곳간을 채우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통계는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질적인 노후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장기 가입'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평균액 68만원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20년 가입자 평균 112만원'이라는 수치는 국민연금이 성실 납부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세금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한 크레딧 제도나 추납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연금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경제일반
  • 연합
  • 2025.11.28 08:03

독자권익위원회 94차 정기회의 제안, 이렇게 반영했습니다

지난 8월 28일 열린 제12기 전북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제94차 정기회의에서 독자위원님들은 지역갈등 문제에 대한 방향성 제시와 사건사고에 대한 이면 취재, 일상생활과 직결된 이야기 발굴 등을 주문했습니다. 전북일보는 독자권익위원회의 다양한 제언을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완주전주통합·새만금국제공항 등 지역 이슈 점검 전북지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이어 갔습니다. 전북일보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도하려 노력했습니다.(9월 5일자 ‘완전통합 논의 흐름, 내년 지선 분수령’) 이어 3회에 걸친 기획으로 ‘완전통합, 30년 논쟁의 쟁점들’을 정리했습니다.(9월 22·23·24일자 2면) 또한 전북일보는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판결 대해부’라는 제목의 기획으로 3차례에 걸쳐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에 담긴 논리와 쟁점을 짚어봤습니다.(9월 19일자 1면, 22·23일자 3면) 전북은 2036 하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2036 전주올림픽 유치 도전’이라는 주제의 기획 기사를 통해 전북이 왜 올림픽을 유치해야 하는지, 또 그것이 지역과 국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를 짚어봤습니다.(10월 2일자 7면) 지방소멸위기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화두들이 거론되고 있는 현재, ‘전북도의회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는 주제의 기획기사로 두 차례에 걸쳐 헌재결정의 주요 내용과 파장, 국회 및 지방의회 등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점검했습니다.(10월 28·29일자 1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지속 보도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의 국감 자료를 바탕으로 ‘전북 공공기관, 장애인 고용률 미달’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9월 8일자 1면) ‘지자체, 중증장애인 생산품 외면 여전’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자체의 안일한 장애인 정책을 지적했습니다.(9월 15일자 1면) 또한 ‘장애인 의무고용, 징벌만이 능사가 아니다’(9월 9일자 15면), ‘지자체,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확대해야’(9월 16일자 15면) 제하의 두 차례 사설을 통해 장애인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했습니다. 전북일보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추석 선물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도민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9월 18일자 6면) 한편, 청년의 날(9월 20일)을 앞두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청년들’ 기획으로 실제 은둔 생활을 겪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지원 현장과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9월 18·19·22일자 1면) △바이오산업 현주소 등 지역경제 현안 점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경영환경을 맞고 있는 전북지역 건설업계의 실태를 ‘복합위기에 포위된 전북 건설업계’ 제목의 기획을 통해 3회에 걸쳐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봤습니다.(9월 24일자 1면, 25·26일자 6면)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첨단 바이오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 속 전북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지 주목됩니다. 두 차례에 걸쳐 전북 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봤습니다.(10월 23·24일자 1면) 또한 사업 지연의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한계, 그리고 대안의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봤습니다.(10월 30일자 1면, 10월 31일·11월 3일자 6면) △일상생활과 직결된 이야기 발굴 특정 인물·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팬덤’이 단순한 팬심을 넘어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겉으론 즐거움이 가득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지역의 벽이 존재합니다. 공연과 팬미팅 등 주요 활동이 수도권에만 집중되면서 비수도권 팬들은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떠안아야 합니다. 열정을 놓지 않는 지방 팬들의 이야기를 통해 팬덤 문화의 또 다른 단면을 들여다봤습니다.(10월 27일자 4면, 11월 3일·17일자 4면)

  • 사람들
  • 전북일보
  • 2025.11.27 20:30

[심층분석]사전 내정 논란 ‘인공태양 연구사업’… 6개 장면으로 본 문제점

전문=전남 나주가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우선협상 지역으로 발표되면서, 전북정치권이 이례적으로 집단 반발에 나섰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이 동시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결정을 비판한 것은 극히 드문 장면이다. 선거철과 예산 확보로 극도로 민감한 이 시기에 전북도와 정치권이 나선 배경은 사실 간단하다. ‘새만금’을 치장하는 온갖 미사여구를 제거하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가 공모사업의 ‘절차적 위법성’이 감지된 데 있다. 즉 전북의 문제 제기는 새만금이 탈락하고 전남이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현행법을 충족하지 않는 평가방식에 있다. 전북일보는 논란의 핵심을 정치·행정·법률적 관점에서 6개의 장면으로 재구성했다. △장면1-존재하지 않는 ‘특별법’제정을 염두에 둔 사업부지 평가 공모사업은 그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현재 작동하고 적용될 수 있는 ‘현행법’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의 기준을 벗어날 경우 막대한 국비가 들어가는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융합 연구시설 공모 결과는 이 공식을 완전히 깬 사건이라는 게 전북도와 정치권의 주장이다. 국회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않은 ‘인공태양 부지 특별법 제정’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 1차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의 후보지는 86%가 절대농지·준보전산지·묘지 등으로 이뤄진 사유지로 지자체에서 무상양여를 할 경우 공유재산법 제19조에 위배된다. 전남도와 나주시 등은 (가칭)‘인공태양 연구시설 특별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실제 평가도 이 특별법 제정을 가정해 이뤄졌다는 게 도와 정치권의 비판지점이다. 실제로 행정 절차에서 존재하지 않는 법을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금지된 영역으로 입법 가능성은 행정 심사의 정당한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입법권은 지자체에 없고 국회에 있다. 국회의 국회의원들마저 내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할지 장담하지 못한다”면서 “사실상 이는 정상적인 평가가 아니”라고 했다. △장면2-공고문의 내용과 실제 결과 충돌 공고문이 명시한 기준에서도 전남 나주의 부지는 충족대상이 될 수 없었다는 게 전북의 주장이다. 실제 이의신청이 기각될 시 소송쟁점도 이번 공고문에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공고문의 문구는 ‘부지가 기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이다. 이건 절차적으로 매우 강한 조항으로 현행법에 근거해 부지를 활용할 가능성이 낮은 후보지는 원칙적으로 탈락해야 한다. 그런데도 평가에서 전남 나주가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공고문에 명시된 규정이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과기부는 공고문에서 ‘소요부지는 지자체에서 무상양여 등의 방식으로 토지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라고 명시했는데 현 우선협상대상이 되는 후보지는 현행법상 무상양여를 할 수 없어서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다. 전북은 공고문을 그대로 따르기 위해 구체적이고 합법적 절차를 동원해 부지 모델을 제시했다. 전남은 현행법 충족 불가 상태에서 ‘특별법 제정’이라는 가정의 세계를 근거로 했다는 게 핵심 논점이다. △장면3-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심사과정 1조 이상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의 공모 및 심사기간은 고작 1개월이 걸렸다. 공모사업 공고는 지난달 15일 이뤄졌으며, 사전현장조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전북도 실무진은 △평가위원장이 현장실사에 직적 오지 않은 점 △평가 15분 전에 질의서 배포 △공고문에 전남에서 주장하는 무상양여 문구 포함 △평가결과·평가표·감점 근거의 비공개 등을 근거로 평가 절차가 너무 가볍고 형식적이었다고 했다. 특히 현행법을 위반하는 내용인 무상양여 문구가 마치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는 것 같았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또 사전질의서의 질문 구조가 단답형으로 구성돼 진짜 적격지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형식적 절차를 확인하는 체크용 문서 같았다고 주장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질의서는 단답형에 질문도 거의 없었다. 그냥 확인하고 넘어갔었다”며 “고작 3분만에 답변이 끝났다”고 말했다. 전북도 수뇌부의 수기 메모에도 “준비한 자료와 전혀 안 맞음. 질문이 너무 뜬금 없음”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장면4-불문율 깬 전북정치권의 이유 있는 분노 국회에서는 ‘이미 경쟁이 끝난 타 지역구 사업은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지역구 사업을 국회의원이 촉구할 시 기자회견은 국회 소통관이 아닌 해당지역 지방의회에서 갖는다. 전북 국회의원들이 이 금기선(禁忌線)을 27일 넘었다. 특히 사업 후보지가 된 전남 나주의 적격성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전북과 광주·전남에서 벌어지는 호남지역 내부 경쟁은 국회에 가져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전북정치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 탈락이 아닌 명확한 불공정을 확신하고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장면5-‘지방선거 겨냥한 정치적 쇼’라기엔 위험한 도박 전북지역 일각에선 김관영 전북지사와 전북 국회의원들의 이의제기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종의 쇼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엔 일당 독주 시스템으로 흘러가는 전북 정치에서 이들이 감수한 정치적 비용이 너무 크다. 공천과 예산이 걸린 지금 시점에서 이런 모험은 사실상 도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 정권에서 중앙정부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또 선거 앞두고 중앙정부와 충돌하면 인사·예산 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분열 리스크를 감수했다. 실제로 전북정치권은 김관영표 정책인 인공태양 기자회견과 관련 전날까지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관련 보고를 들은 전북 의원들은 절차 문제의 실체를 공유하고 일제히 튀어 나갔다. △장면6-전북도지사 선거 경쟁자 안호영 의원 전면 등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내년 6월 전북도지사 출마가 확실한 안호영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인공태양 사업부지 탈락과 관련해 김관영 도정을 저격했었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인공태양 유치 실패를 ‘도정 책임론’으로 몰고 갈 전략으로 봤다. 그러던 그가 이날은 국회에서 기자회견문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낭독했다. 배경에는 안 의원이 객관적 절차 하자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나서지 않을 경우에 생길 더 큰 정치적 리스크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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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정
  • 2025.11.27 19:50

“이미 내정된 공모였나” 전북, 인공태양 부지 선정 백지화 촉구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 국회의원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인공태양)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사업’ 우선협상 지역 발표 결과에 대해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한병도·윤준병·박희승·이성윤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공태양 사업 부지 선정과 관련해 “공모사업의 형식을 취한 사전 내정”이라는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전북정치권과 전북도는 ‘공모사업이 아닌 내정절차에 전북이 농락당한 것’이라며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특정 지역이 수혜를 본 사업 공모 결과에 대해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먼저 공고문 자체의 우선 검토 조건을 짚었다. 이번 공모에서 가장 큰 논란은 과기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한 ‘부지 기본요건’이다. 실제로 공고문을 살펴보면 “(핵융합 연구)부지는 지자체에서 무상양여 등으로 토지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 검토하며, 기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공모사업의 필수조건이자 평가 1단계에 해당하는 기준으로 충족 여부는 사업의 타당성과 직결되는 항목이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당초 50년 임대 방식이었던 새만금 부지 계획을, 공고문에 맞춘 ‘현행법상 즉시 소유권 이전’ 구조로 변경했다. 지자체가 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출연금을 지원해 연구원이 새만금개발공사·농어촌공사로부터 직접 매입함으로써, 준공과 동시에 ‘부지+건물’ 모두 연구원 명의로 이전하는 모델이다. 전북도는 “현행 공유재산법을 준수하면서 공고문의 요건을 정확히 충족한 유일한 후보지였다”며 “이 기준대로라면 우선협상권은 새만금이 받아야 했다”고 호소했다. 우선협상 지역으로 선정된 전남 나주는 국가산단 토지가 14%에 불과하고, 나머지 86%는 절대농지·준보전산지·묘지 등 사유지로 구성돼 있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이 구조로는 지자체가 무상양여나 소유권 이전을 보장할 수 없어, 현행법만으로는 소유권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특별법 제정으로 부지를 무상양여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북도는 이를 “지자체가 마치 입법을 보장하듯 제안한 비현실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윤준병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과 안호영 의원은 “현행 제도상 충족이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고, 실제 충족한 지역을 배제한 것은 공모 절차의 신뢰성과 형평성을 무너뜨린 결정”이라며 “애초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기부와 연구재단을 상대로 △기본요건 평가점수 △지역별 부지 현황 검토 내용 △우수 판정의 근거 자료 등 전반적 평가 내용의 전면 공개를 촉구했다. 도와 정치권은 공모 선정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관영 지사는 “도민의 정당한 기회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김윤정 기자

  • 정치일반
  • 김윤정
  • 2025.11.27 18:59

李대통령 “예산 처리 초당적 협조 당부…야당 주장도 과감히 채택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위해 여야의 초당적인 협조를 당부하며 합리적인 야당의 주장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근 해외 순방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단합된 힘’이 국력의 원천임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법정 시한 내에 예산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과감히 채택할 필요가 있다”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야당 요구를 상당 정도는 수용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억지 삭감’은 수용하기 어렵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합리성이 있는 야당의 주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다녀온 소회를 밝히며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을 진단하고 국력 신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심각하게 다가온 것이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이었다”며 “국제질서가 불안해지고 자국 이기주의가 심해지다 보니 국가 간 대결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래서 그런지 국가 원수들 대부분이 방위산업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 및 한국과의 방산 협력에 예외 없이 관심을 보였다“며 “경제력이나 방산 역량 등 군사력을 포함, 국력을 키우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력의 근간은 ‘국민의 단합된 힘’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많은 부분에서 다투더라도 가급적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힘을 최대한 모아 국제사회 질서에서 경쟁해도 부족한 시점에 불필요하게 자신의 역량을 낭비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숨 가쁘게 달려온 글로벌 외교 복원 노력의 결과 “우리 외교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지평도 크게 넓어졌음을 체감했다”고 자평하며 “아낌없이 힘을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도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더 확실하게 해나갈 것”이라며 각 부처에 지난 6개월간의 외교 성과를 구체화·실질화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대통령비서실도 협업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서울=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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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7 18:10

원광대병원 이영훈 교수, ‘글로벌 최상위 2% 세계 과학자’ 선정

원광대학교병원 이영훈 교수가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이자 세계적 연구논문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공동 발표한 ‘2025 글로벌 최상위 2% 세계 과학자 리스트(Top 2% Scientists)’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상위 2% 과학자는 SCOPUS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연구자의 피인용도, h-index(연구 생산성 및 영향력 지표), 공동저자 보정 지수 등 학문적 영향력 지표를 종합해 선정하는 국제적 권위의 리스트로, 22개 과학 분야와 174개 세부 분야에서 최소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발표된 리스트는 2024년까지의 연구 성과 데이터를 반영한 것으로, 원광대에서는 생애 업적 기준 6명, 2024년도 성과 기준 7명의 교수가 선정됐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증·뇌졸중·부정맥),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에서 독창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의생명과학 분야 국제적 연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이 교수는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선정된 3명 중 한 명으로, 원광대 학술대상(2018년) 수상에 이어 그동안 국내외에서 인정받아 온 170여 편의 연구 성과와 학문적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서일영 병원장은 “이영훈 교수의 글로벌 최상위 과학자 선정은 우리 병원이 지향하는 연구 기반 진료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연구와 임상 현장을 연결하는 혁신적 의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광대병원과 원광대는 융합연구와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연구 중심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특히 의·약학, 첨단바이오, 식품·생명과학 분야에서 국제적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오고 있다. 익산=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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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7 18:06

“새만금은 군산·김제 전용인가”…부안군민, RE100국가산단 배치 분노 확산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논의가 군산·김제 중심으로 다시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부안군민들의 분노가 거세다. 서남권 해상풍력 전력 생산지이자 송전 인입 부담을 감당해 온 부안이 산업단지 배치에서 또다시 제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30년 새만금 개발사에서 부안은 늘 희생만 강요받아 왔다”는 비판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군민들은 이번 사안을 산업단지 유치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차별 문제로 규정한다. “전기는 부안에서 생산하고 혜택은 군산·김제가 가져가는 비정상적 구조가 고착됐다”며 ”RE100에서까지 부안을 배제한다면 새만금 개발의 정당성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새만금개발청을 향한 비판도 매섭다. 해상풍력 전력이 부안에서 나오는데 산업용지 논의가 타 지역에 집중된다면 RE100 모델 자체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지역사회는 “산업용지 배분, 신항 개발, 기반시설 배치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부안은 늘 후순위였다”며 새만금개발청의 지속적 소외 관행을 겨냥했다. 정치권을 향한 실망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선거 때만 부안을 외치고 정작 새만금 결정 테이블에서는 침묵한다”고 강하게 성토한다. 부안군민·사회단체·청년단체들은 ‘RE100 국가산단 유치 범군민추진위원회’ 구성을 공식화했다. 추진위는 조만간 대규모 군민 궐기대회를 열고,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새만금개발청 항의 방문 등 상경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권익현 군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윤덕 국토부 장관, 이원택 국회의원, 이학영 국회 부의장, 김흥국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 등 핵심 정치권 인사들을 직접 만나 ‘RE100 국가산단의 부안 배치’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부안군민들은 “부안이 빠진 RE100은 반쪽짜리 새만금”이라며 “30년 소외의 역사를 끝내기 위한 마지막 싸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안=홍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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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경선
  • 2025.11.27 18:05

[사설] 지방 실수요자 주담대 규제 지나치다

6·27 대책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으나 가계대출 증가세는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9조2738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2조6519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10월 전체 증가액(2조5270억)을 넘어선 액수다. 정부는 강력하게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의 가계대출(정책성 대출 제외) 증가액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한도 목표(5조9493억원)보다 32.7% 많은 7조8953억원을 기록했다. 주지하다시피 가계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시중은행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어떻게든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있다. 수도권 주택 투기 억제를 위한 강력한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런데 지역 일선 현장에서는 빈대잡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 실수요자까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대출규제와 함께 총량 관리 등을 실시하면서 대다수 신규대출 접수가 중단 또는 축소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연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나은행도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의 영업점 접수를 제한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점별 한도를 설정해 대출 규모를 조율하고 있으나 실수요자들은 너무 문턱이 높다고 하소연하고있다. 물론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전북은행 등은 신규 접수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 돈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투기 개념과는 거리가 먼 실제 거주할 집을 구하는게 대부분이나 대출이 어려워 금융 서민들의 애로가 가중되는 실정이다. 결론은 ‘대출총량제’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거다. 수도권과 지방은 전혀 다른 분위기이나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투기과열지구와 실거주지역 간 사정은 전혀 다른 상태라는 점을 고려치 않고 대출총량제를 시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확 좁아져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이 문제인 것은 분명한데 생각지도 않게 불이익을 받는 지방 서민들이 없도록 수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27 17:59

[사설] 전주시 폐기물 수거·운반시스템 재정비를

전주시의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체계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최근 수년간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운영 문제와 맞물려 쓰레기 대란이 반복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재활용품 뒷거래 의혹까지 불거져 전주시의 청소행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관내 수집·운반 대행업체 근로자 및 직영 환경관리원 일부가 재활용품을 정식 처리시설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으로 보내지 않고 사설 업체에 넘겨 금품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그리고 경찰 수사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전주시 관리시스템의 허점도 드러났다. 전주시의 손실이 막대하다. 경찰 수사 이후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으로 반입된 재활용품 양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수치로 확인됐다. 그 전에 왜곡된 수치(재활용품 반입량)를 근거로 국비까지 반납하면서 재활용품 선별시설 증설 계획을 철회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무능한 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 행정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논란이 일자 전주시는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관련자 징계와 대행업체 계약 해지 등의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허점이 드러난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및 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우선 재활용품을 비롯한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GPS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폐기물의 이동경로와 운반차량 위치, 처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민 편의 증진, 비용 절감, 환경 개선 등 다양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대행업체에 대한 평가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성과가 미흡한 업체에는 과감히 조치를 취하고, 우수 업체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공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청소행정은 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공정책이다. 폐기물 배출과 수거, 운반, 처리 등 전 과정에서 과감한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전주시 청소행정에 대한 신뢰가 더 무너지기 전에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27 17:59

[오목대] 호남의 지붕, 진안고원

무주군과 진안군, 장수군은 오지(奧地)로 꼽히는 곳이다. 머리글자를 따서 흔히 무진장이라 불린다. 시인 안도현은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돼 장수 산서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국어를 가르쳤다. 그때 쓴 시가 석줄 짜리 시 「무진장」이다. “무주 진안 장수/ 눈 온다/ 무진장 온다”. 눈이 왔다 하면 왕창 오는 이곳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했다. 토끼가 발맞추는 심심산골이라는 뜻이다. 무진장 지역은 면적이 2000㎢로 서울 면적(605㎢)의 3배를 훨씬 넘는다. 충남 금산군까지를 포함해 진안고원(鎭安高原)이라 부르기도 한다. 진안고원의 서북쪽에 자리한 금산군은 1963년 충남으로 편입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줄곧 전북에 속했던 곳으로 오랫동안 문화권 및 생활권이 전북 동부지역과 가까웠다. ‘호남의 지붕’이라는 별칭을 갖는 진안고원은 동쪽으로 대덕산(1291m), 덕유산(1611m), 백운산(1279m)이, 서쪽으로 운장산(1126m), 만덕산(763m)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신경준의 <산경표>에 등장하는 백두대간이 동쪽, 금남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이 서쪽과 남쪽, 백두대간과 금남정맥 사이를 잇는 험준한 산줄기가 북쪽의 자연경계를 이룬다. 1억년 전 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백악기때 호수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융기했다. 해발고도는 300∼500m며 주변 산들은 600m∼1100m다. 이곳에서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등이 발원하고 금강 수계에 용담댐이 건설되었다. 지난 20일 진안에서 ‘진안고원 속 백제의 흔적’이란 학술대회가 열렸다. 국보 순회전과 연계한 것으로 곽장근 교수(군산대)의 기조강연 등 11명이 발제와 토론을 벌였다. 주로 진안군에 집중된 내용이었지만 교통망과 문헌, 성곽, 불교문화, 기와, 분묘 등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아 의미가 컸다. 곽 교수는 진안고원을 금산·진안권과 장수권, 무주권으로 세분해 진안고원을 무대로 치열하게 전개된 백제와 가야, 신라의 역학관계를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는 240여 기의 가야계 중대형 고총 및 300여 개소의 제철 유적과 함께 산성 및 봉화 유적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중앙부에 위치한 지정학상 이점 때문에 옛길의 중심지이자 대규모 철산지로 문화상 점이(漸移)지대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점이지대는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두 지역 사이에서 중간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들 지역은 지금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공통점이 있다. 무진장은 인구가 2만 명대며 금산 역시 5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 주목받고 있는 생명과 생태자원이 풍부한 청정지역으로, 여기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역사자원이 합세한다면 핫플로 각광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각자도생보다는 진안고원행정햡의회 등을 만들어 공동보조를 취하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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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1.27 17:58

[청춘예찬] 매우 어렵고 힘든 일

공부 모임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일러주는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인 평정심(平靜心)에 대해 배웠습니다. 평온한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다는 거지요. 어떻게 해야 이런 평정심에 이를 수 있을까요? 에피쿠로스는 먼저 마음의 평정을 방해하는 게 무엇인지 밝힙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것들을 없애서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에 이를 수 있으니까요. 무엇이 우리를 괴롭게 만들까요? 에피쿠로스는 두 가지가 우리 마음을 괴롭힌다고 합니다. 하나는 욕망의 좌절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입니다. 욕망의 좌절은 무언가 내 뜻대로 안 돼서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겁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면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거고요.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봅니다. 제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서 몇몇 회원이 갑자기 못 온다는 겁니다. ‘다른 약속이 생겼다, 깜박했다’라는 이유를 대면서요. 처음에는 그런 회원들이 실망스러웠습니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에 기분이 나빴던 건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갑자기 못 온다는 회원들의 말과 행동이 공동체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했던 겁니다. 행여나 애써 가꿔온 독서 모임이 깨질까 봐 두렵고 불안했던 거지요. 그야말로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욕망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동시에 겪은 겁니다. 이런 욕망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왜 생길까요? 에피쿠로스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외부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가 괴로워하는 건 독서 모임 회원들이 모두 저처럼 성실하게 꼬박꼬박 나와야만 한다고 바라기 때문이지요. 애써 가꿔온 독서 모임이 깨지면 안 된다면서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외부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헛된 착각을 깨부술 수 있을까요? 어두컴컴한 방에 환한 불을 켜듯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보는 지혜를 기르면 됩니다. 모든 게 환하게 보이면 더 이상 부딪힐 일이 없게 되지요. 지혜를 길러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으면 그만큼 괴로운 일들도 줄어들고, 마음의 평정에도 더 가까워질 겁니다. 이런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공부 모임에서 배운 가르침 두 가지를 떠올려봅니다. 하나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가르침입니다. 본래 이 세상에 내 힘으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쓸데없이 헛된 욕심과 기대를 부지리 말라는 거지요. 다른 하나는 ‘이 세상에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가르침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잖아요. 공수래 공수거 시인생(空手來 空手去 是人生),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라고요. 살아있는 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모두 내 게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잠시 맡아서 가지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내 밖에 있는 외부 세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요컨대,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평정심은 간단하고 분명합니다. 욕망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때 내면이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의 평정에 이를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자기 뜻대로 외부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곧 모든 게 내 마음과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헛된 욕심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그렇게 늘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헛된 착각과 욕심에서 벗어나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하겠지요.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요. 구나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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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7 17:57

[금요칼럼] 한 편의 시가 품은 인생 서사

인류사는 실패의 여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실패의 여정은 인생 서사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난다. 실패는 우리 안으로 침잠해서 머물며 우리 의지를 꺾고 부러뜨린다. 우리는 실패에 꺾이지 않을 도리는 없는데, 그건 인간에겐 실패할 시간이 유한하고 실패에겐 시간이 무한으로 주어지는 까닭이다. 인간 대부분은 크고 작은 실패를 겪으며 그것에 길들여진다. 그것에 길들여지며 자연스럽게 스톡홀름 신드롬 같이 실패에 친화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겪어보니, 인생에서 실패란 일상범백사 중 하나다. 우리는 패배를 반복하며 실패로 얼룩진 인생 서사를 빚는다. 우리 실패의 대부분은 예정된 것이지만 실패에서 딱히 배울 건 없다. 실패가 개인에게 상징 자산일 수는 있지만 실패가 스승이란 말은 믿을 수 없는 헛소리다. 지난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치러진 특별한 북 콘서트에 참여했다. 광화문 글판에 35년간 게시된 아름다운 시편들 중 독자 2만2천500여 명이 최고의 시를 뽑았는데, 졸시(拙詩) ‘대추 한 알’이 선정되었다. 마침 계절이 대추 수확철이라 그런 행운을 잡은 것일까? 문인과 독자 300명이 한데 어우러진 자리에서 기념패와 ‘대추 한 알’이 표지에 실린 기념도서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받았다. 애초 시가 실린 ‘붉디붉은 호랑이’(2005, 애지)는 절판된 지 오래이고, 현재 전문은 시선집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난다)에서 볼 수 있다. 급류처럼 흐른 시간 속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이 아이들은 제멋대로 자라나서 품 안을 떠났다. 환몽처럼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며, 모란과 작약을 키우듯 자식들을 살뜰하게 키우지 못한 내 처지를 관조한 끝에 탄식을 내뱉을 뿐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빚은 소동이 전 휘몰아치던 어수선한 해를 보낸 그 이듬해 8월 말, 서울살림을 접고 시골로 이사를 단행한다. 내 나이 마흔 중반이었다.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트럭 백여 대 분량의 마사토를 쌓고 다진 뒤 작은 전원주택을 지었다. 농협 융자금으로 지은 이 집이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사림 터전이 될 터였다. 닷새마다 서는 안성 장마당의 나무시장에 나가 유실수를 사다 주변에 꾸역꾸역 심었다. 나는 실패에 꺾인 채 변방으로 밀려난 방외인, 실패의 하염없는 부역자이자 패배자에 지나지 않는다. 한동안 그런 궁색한 처지에서 유실수를 구해다 심는 마음에는 인생 서사를 새로 쓰려는 열망 한 줌이 있었음을 숨기고 싶지는 않다. 적적한 시골 살이에 그럭저럭 적응하며 노자와 장자를 끼고 살며 심경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그 변화의 중심에 굳이 이기려고 들지 않는 한결 어질고 유순해진 마음이 있었다. 마음은 담담하게 슬퍼할뿐, 언제든 나를 이기려 드는 것들에게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랬더니 내 삶에 번잡과 소동이 줄고 나중엔 놀랄 만큼 주변이 고요해졌다.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게 저 혼자 둥굴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낱’.(졸시 ‘대추 한 알’ 전문) 몇 해 지나 감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앵두나무, 대추나무, 보리수 따위 유실수에 드문드문 열매가 달렸다. 그건 자연이 만드는 찬란한 마술 같았다. 2003년 가을 어느 날 대추나무에 매달린 붉고 둥글게 익은 열매 일곱 여덟 알을 눈으로 헤아리며 찰나에 스친 이미지와 감동을 붙잡아 시에 담았다. 시는 찰나에 오는 것을 포획한다. 시는 내 상상력이 빚은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운 좋게 붙잡을 따름이다. 고작 여덟 줄 시가 세상에 나아가 이토록 오래 읽힐 줄은 감히 예측하지 못 했다. 스물 몇 해가 지나 다시 읽으니, 이 시에는 내 인생 편력과 견딤의 세월이 남긴 오롯한 진실 몇 개가 들어 있다. 부러진 뼈가 살갗을 꿰뚫고 불거져 나오듯이 진실은 숨길 수가 없다. 나는 늦된 사람이라 이 깨침도 아주 늦게 도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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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7 17:57

[기고] 무지외반증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수술이 필요한 이유

최근 들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발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바로 ‘무지외반증’이라 불리는 질환이다.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발 모양이 변형되는 미용상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보행 패턴과 신체 균형, 더 나아가 발목 무릎, 허리든 몸 전체 관절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무지외반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고, 그 관절 부위가 돌출되어 통증과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초기에는 신발을 신을 때 불편하거나, 오래 걸으면 발 앞쪽이 아픈 정도로 시작되지만, 변형이 진행되면 맨발로 서 있을 때조차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질환은 단순히 ‘발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발은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초 구조이기 때문에, 변형된 발 모양은 체중의 분산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허리, 무릎, 골반의 정렬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무지외반증 환자 중 상당수가 허리 통증, 무릎 통증, 하지 불균형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발바닥의 특정 부위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굳은살(티눈)이나 발바닥 통증이 생기고, 보행 자세가 틀어져 피로감이 쉽게 쌓이는 등 일상적인 활동 전반에 불편을 주게 된다. 여성의 경우 하이힐이나 좁은 앞코 신발을 자주 신는 습관이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되며, 남성이라 하더라도 평발이나 족저근막염이 동반된 경우 쉽게 악화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변형 정도에 따라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초기에는 교정깔창 착용, 발가락 스트레칭, 넓은 신발 착용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 단순한 보존치료만으로는 변형을 되돌릴 수 없다. 특히 발가락 관절이 심하게 휘어져 통증이 지속되거나, 두 번째 발가락이 겹쳐지는 변형이 나타난다면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흉터를 최소화한 ‘최소침습 교정술’을 시행하는데, 이 수술법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수술 후 다음날부터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기간이 짧고, 일상생활 및 직장 복귀가 매우 빠르다. 또한 흉터가 거의 없어 많은 환자분들이 선호하는 수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지외반증을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로 방치할 경우 합병증이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가락 관절의 변형이 고착화되고, 관절염이 진행될 위험이 높다. 또한 보행 시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분산되고 발등, 발바닥, 무릎, 허리의 연쇄적인 통증과 무릎 등에 점점 무리가 가게 되면서 심한 합병증을 발생시키도 한다. 발가락의 변형이 심해지면 점점 신발 착용이 어려워지고, 발가락 사이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기도 하며, 결국 관절을 고정하는 수술로 대체해야 하는 경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광복 전주병원 발‧발목클리닉 원장은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발가락이 휘었다’는 외형적 문제를 넘어, 신체 전반의 균형과 관절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초기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변형 정도를 정확히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지외반증은 ‘참으면 낫는 병’이 아니다”며 “조기 치료와 정확한 진단이 통증 없는 건강한 보행의 첫걸음임을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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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7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