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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에 필요한 건 진심이다
남북문제에 필요한 건 진심이다
  • 기고
  • 승인 2020.07.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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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군산에서만 나고 자란 지 10여년 만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건 모 대학의 논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역에서 내려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놀라고, 지하철에서 토큰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 계속 개찰구 앞에서 서성였던 기억이 난다. 얼마 후,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이 불쌍했는지 누군가가 토큰을 넣는 법을 알려줘 어렵사리 승차에 성공했다. 처음 타본 지하철, 그 안에서 TV로만 보던 63빌딩의 황금색 자태는 절로 “우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공부를 위해 상경한 뒤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누군가 ‘서울 사람은 방심하면 코 베어간다’고 해서 정말 코를 자르는 줄 알고 한동안 코를 가리고 다녔다. 어느 날은 집안에 우환이 있다며 제를 지내지 않으면 집안이 위험해진다는 협박을 당하여, 한복을 입고 억지로 절을 하고, 지갑에 있던 교과서를 사려던 돈 전부를 바친 기억도 난다.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단체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나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대학 친구들에게 면전에서 “전라도 출신은 뒤통수를 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군산은 “깡패도시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군산에서 태어난 게 한스러웠고, 고향을 물어보면 피했다.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나를 판단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극도로 경색되어가는 남북관계 속에서, 우리 사회 속 탈북민들의 입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3만 4천여 명인데, 그 중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탈북민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탈북민은 과격하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에 비친 모습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와 가장 아끼던 친구를 잃고 지원하게 된 탈북여성들에게서,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의 내 모습을 본다. 코 베어간다는 소리에 코를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던 나처럼, 그들은 밥 먹자는 인사에 밥 먹자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동공이 흔들린다. 혹시나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보고, 자기를 남한 사람과 차별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앞뒤가 같으며, 사람 내음 가득한 그들을 좋아한다.

이러한 점을 보면 남북문제의 해법도 간단하다. 북한 사람들은 드세기도 하지만, 약속을 지키려 하고, 앞뒤가 같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그 동안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남한이 국내정치 홍보용으로만 북한을 활용했다는 분노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북한의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전, 모든 문제점을 직시하고 움직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정원은 물론 통일부, 외교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역할을 조율해야 한다. 각 공무원 개인의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도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에게 북한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라는 점, 남한은 미국 무기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여 미국을 적극 설득하고 북한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대내외적인 체질개선과 노력을 기울일 때, 북한 또한 남한의 진심을 알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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