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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82) 여름날, 바람이 이끄는 군산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82) 여름날, 바람이 이끄는 군산
  • 기고
  • 승인 2020.08.06 20: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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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제나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 한 구절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제목이 될 뻔한 그 시는 당시 박신양 주연의 <편지>가 개봉을 앞둔 탓에 그 여운만을 담고 <8월의 크리스마스>로 제목이 바뀌었다. 그 때문인지 8월이면 문득 그 영화의 배경이 된 군산이 떠오른다.

군산에서 대부분 촬영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전주 출신 영화감독 허진호(1963년생)의 데뷔작으로 1998년 개봉하여 흥행한 영화이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 구상단계에서 『즐거운 편지』의 구절과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사를 모티브로 했다가 장례식장에 있던 활짝 웃는 가수 김광석의 영정 사진을 보고는 영감을 받아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사진사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영화는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로, 주차단속원인 다림(심은하)이가 정원(한석규)이 운영하는 ‘초원사진관’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고 투덜대면서 첫 만남이 시작된다.

여름의 상큼한 이미지를 풍기는 다림은 생기발랄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시기에 찾아든 사랑을 부여잡지도 못하는 정원은 안타깝다. 마지막 사랑을 하며 더 살게 해 달라고 절규하지 않는 정원은 그대로 그 사랑을 스미듯 그저 사소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인지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다림의 표정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정원이 더욱 가슴 아프다. 영화는 마치 오랜만에 꺼내든 옛날 사진을 바라보는 것처럼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 속 초원사진관과 재현한 현재 모습
영화 속 초원사진관과 재현한 현재 모습

그 영화 속 ‘초원사진관’이 있는 신창동 인근은 이제 군산의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초원사진관’은 사실 원래부터 사진관도 처음 촬영지로 염두 한 곳도 아니었다. 제작진이 주요 촬영지가 될 사진관을 찾아 전국의 사진관을 다니며 물색하다가 지금은 사라진 ‘월명사진관’을 마음에 두고 군산을 촬영지로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월명사진관은 주변이 막혀있어 막상 촬영하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적당한 장소로 차고가 눈에 띄었다. 바로 그 차고지가 지금의 ‘초원사진관’이 된 것이다.

부지를 대여하기 위해 주인을 만나 어렵게 설득해 촬영 후 세트장을 없애고 차고로 다시 복원하는 조건으로 세트장인 사진관을 만들었다. 허진호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세트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영화를 찍을 때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길을 다 막고 촬영을 해도 지역에서 뭐라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어요. 특히 마지막 씬이 눈이 내린 것으로 해야 해서 소금을 뿌려야 했는데, 그 소금이 처치가 곤란하거든요. 그런데 주민들이 소금을 가져다 김장할 때 쓰기로 하여 뒤처리의 수고를 덜어주었지요. 지금도 그 인심과 촬영하며 먹었던 맛있는 음식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렇게 감독의 기억에도 좋았던 장소는 영화 촬영 후 약속대로 차고로 복원되었다가, 구불길의 한 코스인 탁류길의 이야기 자원으로 발굴되어 2012년 군산시에서 부지를 매입하여 ‘초원사진관’으로 재복원한 것이다. 영화 속의 모습 그대로 재현된 ‘초원사진관’ 앞에는 다림이가 타던 주차단속 차량과 정원의 스쿠터가 세워져 있다. 이제는 군산의 관광명소가 된 ‘초원사진관’은 영화 속의 주인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추억을 더 하는 장소가 되었다.

다시 재현된 ‘초원사진관’과 인근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카페를 가본 허진호 감독은 소장한 자료와 영화 소품을 기증하여 ‘초원사진관’에 전시해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추억을 선사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이 많은데, 특별한 제목과도 같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남은 영화는 빛나는 군산의 자산이 되었다.

1917년 성황했던 극장 군산좌와 1947년 희소관에 관한 기사
1917년 성황했던 극장 군산좌와 1947년 희소관에 관한 기사

군산은 8월의 크리스마스 외에도 영화의 흔적이 많은 곳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 개항 이후 외래문화가 어느 지역보다 풍성하게 유입된 곳으로 전북 최초의 극장인 군산좌를 비롯하여 명치좌, 희소관 등이 생겨 성황을 이룬 곳도 군산이었다. 당시 명성과 그 흔적은 관련된 신문의 기사와 광고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1914년 철도 호남선을 준공하고 기념으로 발행한 『호남선 선로 안내』에도 등장한다.

극장이 있는 도시 군산은 영화제작의 도시로도 이어져 1948년 이만흥 감독의 <끊어진 항로>를 시작으로 장군의 아들, 투캅스 3, 박하사탕, 최종병기 활, 변호인, 신세계, 화려한 휴가, 말죽거리 잔혹사 등 수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고 이제는 영화의 흔적을 품은 이야기 길로 남았다.

지루한 장마 속에도 8월이 되니 우산을 쓰고 초원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초원사진관 앞에서 영화 주인공인 심은하와 한석규처럼 아련한 느낌을 담은 인증 사진을 SNS로 확장하며 추억의 장을 넓히고 있다. 비록 우리가 기억하는 팔월의 태양아래서 한없이 잇닿은 기다림의 모습은 못보겠지만, 2020년 지루하게 내리는 비도 그칠 것이고, 숨이 턱턱 막히는 팔월의 바람에 비릿했던 이 비바람도 사소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던 영화 속 그들처럼 말이다.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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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2020-08-07 10:22:29
몇 해전 선유도를 가는 길에 '이성당'을 들려 빵을 사고 '뽕나무집'에서 얼큰한 매운탕을 먹고 선유도로 바로 들어가 1박을 하느라 군산 시내의 명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데 머지 않아 근대역사박물관, 군산항쟁관, 근대건축관, 초원사진관 등을 다시 찾아 보고 싶다.................

최순자 2020-08-07 08:59:46
장마비에 마음도 까칠해졌는데 영화도 다시 보고 초원사진관에 가서 그 바람을 쐬야겠어요~ 힐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