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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 - 김상현

▲ 그림=권희원

가을 산길 위에서 느닷없이 냄새가 혀를 밀어 넣었다

 

하얀 앞발톱의, 엎어져 있는 두더지 주검

 

두더지는 반지하 방이 되고 있었다

 

잘 닦은 화이바 같은, 검은 갑옷의 벌레가

 

시체에 세 들어 늦깎이 신혼방을 만들고 있었다

 

주검이 있을 때, 짝을 맺는다는 송장벌레

 

저 더듬이 끝이 뭉툭한 것은

 

그 교감도 한때는 부딪혀 옹이 박힌 것

 

구린 터 속에서도 더듬거리며 전등을 갈겠지

 

저 등판의 빛은 그들 눈에 모닥불이 타오르는 증거다

 

자글자글 끓는 된장찌개 투가리, 그런 뜨거움 올린

 

양은밥상을 들고 거뜬히 문지방 넘는 삶

 

둘은 두더지를 땅에 묻을 때까지

 

쉬지 않고 흙을 파내려갈 테지

 

흙으로, 나무뿌리를 갉았을 몸을 닫고 쓰러진 밑바닥 위에

 

꽃 장판을 깐 다음

 

반지하가 지하가 된 방 안에서 서로를 쓰다듬겠지

 

때로는 이웃 풍뎅이 애벌레와 다툴 일도 있겠지만

 

샛별 같은 알을 낳고 그 아이들은

 

가까스로 냄새를 막은 몸의, 한 터럭까지 다 뜯어먹고서야

 

벽 틈새에 손톱 밀어넣는 것이 햇살이었음을 알겠지

 

목숨이 윤이 나는 저 까만 옷의 청소부 부부

 

오늘 같은 초야(初夜)면,

 

숲 속은 달이 익어 참 부끄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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