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 일어났던 최대의 민중항쟁인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가 정부의 가혹한 '예산 칼질' 앞에서 휘청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120주년 행사를 치르겠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요구한 국비가 16억 원이었지만 9억 원이 깎여 기획재정부에 넘겨졌다. 기획재정부는 한술 더 떠 6억 원을 추가 삭감, 단 1억 원만 반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는 공감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평성하는 데 있어 신규 사업과 행사비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국회 예산 심의 및 수정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의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행사 지원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국비를 지원받는 것 외에 별다른 예산 대책이 없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입장에서는 행사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념행사 예산을 대폭 축소한 정부의 태도를 두고, 정부가 동학농민혁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사업 예산은 예정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 사업에 2017년까지 388억원을 투입, 정읍시 덕천면에 공동묘역과 위령탑, 추모공원, 연구소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 실시설계 용역비 15억 원을 반영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기 때문에 차질 없는 사업 진행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낮은 경제성장률, 줄어든 세수 등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복지예산을 편성하면서 신규 사업과 행사비를 축소하고, 제 아무리 뜻 깊은 기념행사일지라도 행사 시늉만 내고 지나가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1894년 전봉준 장군을 비롯한 민초들이 타락한 봉건사회를 타파하고자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역사발전 방향을 제시한 큰 사건이었다. 관료들의 민중 탄압과 짓밟힌 인권,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를 타파하고자 일어난 혁명전쟁이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국민들에게 인간평등과 반외세, 주권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정부가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행사를 단돈 1억 원으로 치르라고 한 조치는 동학농민혁명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당시 인간다운 삶을 원하며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무참하게 죽어간 수십만 동학농민혁명군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반드시 원안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