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고유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신라시대이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조상을 기리고 이웃과의 덕담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명절은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를 들뜨게도 하고 힘들게도 하는데 올해 추석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후자로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 한다.
선물과 제수용품 때문에 붐비던 시장의 모습은 볼 수도 없을 뿐더러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예년보다 적을 것 같다고 한다. 중산층과 서민층에게는 이번 명절이 두렵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번 추석이 반가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금의환향(?)하여 정치를 해볼까 하는 사람이나 비자금과 멱살잡이, 방탄국회로 반년을 보낸 국회의원들은 이번 추석이 반가울지 모르겠다.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명절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기간에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민심끌기 선전전을 할 수 있고, 추석인사를 명목으로 유권자를 향해 선물을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도 있다. 또 선거구민 행사에 참석하여 사실상의 사전 금권선거운동을 기술적으로 할 수도 있다.
후원회나 기타의 방법으로 만들어온 자금을 가지고 미풍양속을 빙자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정치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웬만한 일은 명절인사로 가리워 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이 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은 결국 정치인을 자금에 관한 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고 말았다. 청렴한 정치가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지 당국의 수사나 지속되는 고백성 발언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사회를 아름답게 한다는 미풍양속이 오히려 사회를 병들여 온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 국민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명절을 빙자한 사전선거운동을 집중단속 한다. 내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연말까지 특별단속기간도 정했다고 한다. 또 대기업과 정부에서는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대기업은 윤리경영?정도경영 등 '깨끗한 기업'을 선언하고 맞는 첫 명절이란 점 때문에 직접 총수가 나서고 있고 정부에서는 업자와 공무원 사이에 민원청탁, 인사치레용 선물과 금품이 오고 갔던 관행을 막기 위해 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의식이 변화돼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정치와 사회는 맑아져야하지만 나한테 가져오는 선물, 내가 주는 금품, 우리모임에 내는 정치인의 후원금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이중성이 바로 부패의 원천이요 온상이다. 주는 사람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지 않겠는가?
한 예로 선관위의 단속상황을 보자. 가장 막강한 돈과 조직력을 가진 현역국회의원의 단속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당원에게 주는 명절선물은 일년동안 당을 위해 수고하였으니 당연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당원이 몇 명인가? 자기가 당원인지조차도 기억이 흐린 것이 우리 지구당의 구조이다. 그 수많은 당원을 챙기느라고 선물에 명함 한 장 붙여 조직원들이 몇 일을 배달해야하는 게 우리의 미풍양속인가? 이처럼 선거법을 피해 가는 기술이 놀랍도록 진화한 덕도 있겠지만 "나에게 오는 명절선물을 어떻게 신고하나?” 라는 국민의식이 단속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올곧게 실천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을 이번 명절부터 꽃피우도록 하자. 정치인이 가져오는 선물과 후원금을 거절해보자. 그리고 신고하자. 훌륭한 국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떳떳한 국민이 많을수록 선진국일 것이고 자기는 예외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후진국일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한가지 제안하고 싶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여 정치개혁을 표방하는 정치인들부터 추석선물 안 하기로 결의하자.
/전북 개혁신당 연대회의 공동대표 강 익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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