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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

 

Beggar-my-neighbor-policy. '인근 궁핍화 정책'이라고 해석되는 이 경제용어는 이번주 월요일 우리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환율 급락을 설명하는 핵심어다.

 

월요일 우리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요동쳤다. 지난주까지 1,170원 전후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1,151원으로 가파르게 평가절상 되면서 2000년 11월 17일 이후 원화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이에 따른 수출 차질 및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 등으로 주가는 33.4 포인트나 하락하였다.

 

원화가치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은 알려진 대로 지난 20일 두바이에서 열린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성명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 표명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성명에서 외환시장 개입 국가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아니었으나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이것이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가 전주말의 115.2엔에서 112.4엔으로 크게 상승하였고 일본엔화와 대체로 1대 10의 비율로 연동되고 있는 원화의 가치도 동반상승하게 된 것이다.

 

G7이 차제에 환율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가 놓여있다. 1990년대 지속적인 확대 추세를 나타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금년 3/4분기에는 GDP대비 5%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치이며 대중국 적자폭 확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부진으로 인해 크게 증가한 미국의 실업자수가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에서는 중국이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고수함으로써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한 실정이다. 중국이 '궁핍'을 미국에 수출했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존 스노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달러당 8.3위안으로 고정되어 있는 중국의 환율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해 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중국의 위안화가 아니고 일본의 엔화 절상인가? 이는 위안화 평가절상압력에 대해 미온적인 중국의 태도에 기인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만 흑자일 뿐 아시아지역에 대해서는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입증가율도 수출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환율 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주요 교역국으로 자리잡은 중국에 대한 수출을 감안하여 유로화에 비해 점진적인 평가절상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미국과 유럽연합에게는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변동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G7은 이번 성명을 통해 아시아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 없이는 위안화의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천명한 셈이다. 엔화가치와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도 달러가치에 고정된 위안화에 대해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고 결국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동조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에 '궁핍'을 수출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거나 미국은 중국에게 '궁핍'을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규모, 실업자 증가, 내년도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달러화 약세 기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수출로 버텨오던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장기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빠져있는 일본 경제를 감안할 때 엔화 절상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고 우리 외환당국도 투기적인 외환거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막연한 불안감에 동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기업들은 선물계약이나 수출보험공사가 제공하는 환율변동보험 등을 통해 환위험을 관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崔成柱(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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