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전주지방법원에서는 교단에서 정년을 맞고 퇴임하신 원로 교장 선생님들 중 스물 세분을 법원의 상근 조정위원으로 위촉하였다고 지난주 대법원으로 전근가신 이동원 부장판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민사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급 유휴 인력을 활용 소송 당사자들이 상호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여러 가지 실효를 거두고자하는 뜻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분들이 하는 일은 고도의 법률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보다 가사나 협의 이혼사건에 주로 상담역으로서 활동하는바 인생의 많은 경륜과 지혜를 쌓은 퇴직 교장선생님들로 하여금 조정케 함으로서 순간의 잘못 판단이 우리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려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였다고 본다.
2004년 1월 5일부터 시작하여 1월 한달 동안 재판 이전에 조정 성립 4건, 소 취하 7건 도합 11건으로 시행 첫 달의 성과로서 매우 놀랄만하다.
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사건 총 42건 중 11건은 매우 높은 해결 율로 법률 비전문가 집단이 해결한 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협의 이혼 소송 9건 중 5건을 이해와 설득으로 소송 자체를 취하케 했음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조정위원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바람직한 사업을 시작한 법원 측과 이 업무에 종사하는 퇴직 교장선생님들 그리고 소송 당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한없는 찬사와 격려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첫째 법원이 이 사업을 시도한 목적이 폭주하는 소송업무의 경감을 꾀하고 갈등과 대립의 해법으로서 법률적인 판결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려 하고 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퇴직 교장을 선택한 탁월한 안목과 법원의 교육자에 대한 신뢰에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법률적인 판결은 결국 승소와 패소라는 양극으로 나뉘어져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드는 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 차원 높은 해결을 시도하여 성과를 거양 했다는 것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둘째 조정위원으로 일하시는 퇴직 교장선생님들의 공로 중 특히 이혼 문제 해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교육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 중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 아동은 없다" 는 말이 있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뒤에서 자란다"고 했다. 오늘날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첫 시작인 가정교육의 부족이라고 본다. 사랑과 우애와 절제와 책임을 배워야할 가정에서 이별과 증오를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생활의 부적응과 문제를 야기 시키는 학생의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결손 가정이거나 원만한 가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교육현장에서 확실히 보아왔다. 이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보고 느꼈을 교장선생님들에게 이혼은 성인의 문제가 아닌 아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가정화합을 위해 안쓰러울 정도로 노력하셨을 그분들의 노고를 높이 찬양하고 싶다.
셋째 소송당사자들의 용기와 지혜를 높이 평가한다. 사람이란 감정의 동물이기에 생활에서 야기되는 여러 문제에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설 수 있다.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기에 사람이 갈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순간의 감정이 부부뿐 아니라 그들 자녀에게 일생을 어둡게 살게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재판의 문턱에서 어른의 설득으로 현명하게 해결하신 분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이제 시작의 단계에 있는 제도지만 대립과 갈등의 사회구조를 대화와 타협이라는 바람직한 가정 사회 분위기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더욱 확산되어 모두에게 유익한 상생의 길을 찾도록 해야겠다.
/신국중(전주교육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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