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친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이런 말들이 튀어나온다. "참 요즘 세상 살기 편해졌지. 우리 살던 옛날에는 말이야...” 하면서 격세지감을 주고받는다. 설거지며 빨래를 한다고 해도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썼던 시절에 얼마나 물 한 방울도 귀하게 썼던가... 사람이 먹고 남은 것은 개와 닭에게 주고, 설거지한 물은 화분이나 꽃나무에 뿌렸다. 요즘처럼 쓰레기, 세제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그야말로 자연의 순환법칙에 충실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떤가. 홈 네트워크인가 하는 기술로 바깥에서 전화만 하면 집안 모든 가전제품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초인종을 누르면 방문객의 사진이 찍혀서 휴대폰으로 전송이 되는데 굳이 집에 사람이 없어도 휴대폰으로 문을 열어 줄 수가 있다고 한다.
인간의 지혜나 발전속도로 보면 그다지 새롭고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의식이 족해야 예를 안다던가. 이제는 사는 수준이 웬만해지다 보니 먹고사는 것만이 아닌 '질 높은 삶'을 추구하게 되는 모양이다.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유행어를 보면 만화경을 보는 것처럼 우리는 요즘 세태의 특성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웰빙이란 여유있는 삶, 건강한 삶, 편리하고 안락한 삶 등을 의미한다고 하니 이 풍족한 세상에서 웰빙이 선풍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러나 편리함은 반드시 댓가를 지불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맑은 공기 쾌적한 환경, 편리한 시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물질과 부가 밑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외와 상실감을 낳는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교회에서 나누어주는 무료급식과 용돈 700원을 받기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걸어서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 노인들이 존재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웰빙은 본래 well(잘) being(산다)는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참되게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의 건강이나 안락하고 편리한 개인적인 생활만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일까. 옛말에 '내 집안이 편안하려면 사돈네 팔촌까지 안녕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원하든 원치 않든 주변의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얘기다. 우리 모두의 삶이 이처럼 공동체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인데 이제 웰빙에 대한 관심도 개인에서 사회적 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넓어져가길 간절히 바란다.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나 혼자만 잘 살고 나 혼자만 건강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행복하게 잘 살아 보겠다는 생각들이 모여 이웃들의 눈물겨운 삶에도 마음을 주는 우리의 웰빙시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화왕(한국부인회 익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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