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란 과목의 틀은 근세부터 발달한 서양 학문의 하나로 형성되었다. 이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과학의 대상인 자연을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해준 수학적 체계였다.
그래서 지금도 과학을 잘 하려면 수학을 잘 해야만 한다고 하고,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과학을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과학의 수량화에 성공한 서양은 매우 빠르게 기술이 발달하여 19세기경부터 동양을 앞서나갔고, 결국은 동양을 지배하기에까지 이르렀었다.
20세기 1백년간 서양의 문명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 발전을 이룩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기술 문명의 결과인 환경문제와 핵무기문제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면서 동양적 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양의 과학에 대비되는 동양적 사고방식에는 과학적인 측면이 없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동양에 왜 과학이 없는지 설명하는 이론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과학적 사고의 결과물인 발명품들을 보면 곧 알 수 있다.
동양에서 먼저 발명된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등은 물론이고 예술품으로 알려진 수많은 공예품들이 실은 놀라운 과학적 사고의 산물들이다. 예를 들어 봉덕사종의 내부 구조는 처음 발생된 음파의 저음 파동은 종 내부에 오래 머물도록 되어있는 반면, 정상파를 깨뜨리는 고음 파동은 종 위쪽으로 모이게 하여 관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지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인 가속기 설계 기술과 거의 같은 기술인데 1천2백여 년 전에 이를 이용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많은 자연 관찰 결과들이 서적에 수록되었는데, 17세기 초반에 완성된 동의보감은 그 정리 방법이 현대 과학의 체계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훌륭한 체계다.
21세기가 시작되고 있는 현재 과거의 동양적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 문명의 난제들을 풀어내는 노력을 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이미 동양권의 많은 과학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세계를 이끌어가려면 과학적 사고방법을 가진 사람들이 존중되어야 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정치, 경제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이공계 출신이며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과거의 전통을 잘 살리면서도 새로운 과학 탐구에 앞장설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나라의 앞날이 밝아질 것이다.
/최종범(전북대 과학영재교육원 물리 교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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