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국내 산업 기반이 붕괴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하여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북지역의 경우를 보더라도 도내 대표기업인 광전자, 휴비스, BYC, 쌍방울 등을 비롯하여 전주, 익산 공단 내에 입주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등 현지에 이미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생산설비 이전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역경제 발전에 효자 노릇을 했던 익산의 귀금속 산업의 경우 대표기업들 대부분이 임금이 싼 중국 등으로 생산시설을 옮겨 초기에는 현지에서 1차 가공 후 국내로 들여와 완제품을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현지 기술력의 향상으로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현재 귀금속?보석단지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역산업의 공동화 우려가 더욱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진출 동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임금, 땅값, 물류비 등 국내 생산요소의 가격상승과 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 및 노사분쟁 심화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둘째는 현지 내수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대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시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협력업체들이 동반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제조업 공동화는 경제구조 변화의 한 과정으로서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때 산업구조 고도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국내생산 및 소득, 고용의 감소를 가져와 경제발전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전북도의 경우 최근 내수침체의 지속에 따라 해외기업들의 유치는 하늘에서 별 따기나 할 정도로 어려운 실정이고, 수도권 유망기업들의 유치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현실화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런 실정에서 도내 기존 중소제조업체들마저 해외 진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실업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또한 성장 잠재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이를 순기능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다 할 것이다.
국내의 경영환경이 맞지 않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기업을 억지로 붙잡을 수는 없다. 다만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응전략을 찾아 실천하는 노력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부품?소재산업, 신산업 등 고용효과 및 부가가치가 큰 대체산업을 개발하고 육성하여야 한다. 물론 말은 쉽지만 이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우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 자금뿐만 아니라 기술, 세제, 인력, 판매지원 등을 포함하는 일괄지원 체계를 갖추어 기술 개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공장입지, 환경 등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하고, 인력 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술 인력의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하며,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여 산업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근로자들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재일(무역협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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