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5일제 근무의 시대다. 새마을 노래로 대변되는 60~70년대 개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던 필자의 감각으로도 격세지감을 느 끼고 있다. 주5일제 근무로 우리의 생활패턴은 여러면에서 바뀌었고, 그 중 하나로 문화 콘텐츠의 다양성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경인권에 비해 문화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고장 전주에서 한국영화의 부흥에 힘입어 영화 관람객이 폭발적 으로 증가한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 역시 가끔 영화관을 들르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심야상영보다는 이른 아침의 조조상영을 즐긴다. 조조상영은 영화관의 여유로움과 함께 관객층 또한 젊은층보다는 내 또래의 관객 을 만날 수 있어 소외감을 덜 느끼며, 조조할인이란 제도로 주머니 사정을 덜 수 있음 또한 쏠쏠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우리고장 전라북도는 영상산업의 메카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변산반도를 중심으로 촬영중인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한 TV 영상물과 부쩍 늘어난 영화 촬영물 등은 우리고장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고장의 수려한 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덕분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고장을 어떻게 자연친화적으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바쁜 일정속에서 간혹 짬을 내어 찾는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은 다른 어느 도시의 공연장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주위의 자연 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훌륭한 공연장이다.
한 공연에 초청된 바리톤 가수는 "소리문화의 전당이란 최고의 공연장을 갖고 있는 전주시민이 참으로 부럽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 며, "주변의 환경 또한 자연의 풍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금상첨화"라고 하며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표현으로 끝을 맺었다.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어머니의 숨결같은 모악과 전주를 관통하며 젖줄 역할을 하는 만경강과 동진강, 1급수에서만 산다는 쉬리가 돌아온 전주천, 아직도 우리의 고장 전주는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휴일이 돌아오면 기린봉을 거쳐 중바위까지 산행을 하곤 한다. 후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견훤왕궁터를 비롯해 복원중인 후백제의 발자취를 즐기며 중바위에서 전주의 구석구석을 내려다 본다. 기린봉과 중바위에 이르러서 보는 전주의 조망은 아직도 푸른 빛을 띄고 있어 회색 빛 서울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는 우리 고장도 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점점 회색 빛에 잠식 되어 갈것이다. 농업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1사1촌 운동 등에 힘입어 그동안 소외받아오던 농업농촌의 다원적가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낙후 전주와 전북을 탈피하기 위하여 정치권과 행정에서 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개발과 보존이 절묘하게 결합하고, 전통문화와 현대의 첨단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푸른색 가득한 전북의 투모로우가 기약될 것이다.
또한, 우리고장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패스트 푸드등 정크푸드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슬로우 푸드의 대표격인 발효식품 문화를 보존하고 있으며, 전통음식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서양음악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음악인 판소리도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것들 역시 전북의 미래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고장의 투모로우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는 환경의 보존과 개발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살려 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고, 이를 위하여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이상준(전북농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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