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특성은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우선 시각적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건물과 꼬리를 물고 물결처럼 흐르는 자동차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주시도 점차 서울을 닮아 가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 주는 편익은 그만큼 갖춰져 있지 못하다.
전주의 대중교통, 특히 시내버스는 여전히 불편하다. 버스노선이 구겨진 넥타이처럼 구불구불하여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또한 버스 1,2대로 운영하는 노선이 많아 배차간격이 너무 길다. 몇 시간에 한 대씩 다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버스 10대 정도가 투입되는 노선은 3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고속버스는 물론 심지어 기차보다 배차간격이 길어 버스를 제 때 신속하게 이용하기는 어렵다.
대개 다른 지역의 도시들을 보면 고속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버스를 이용해서 시내 전 지역 어디나 갈 수 있다. 그러나 전주는 그렇지 못하다. 필요한 버스노선이 별로 없고, 있어도 기다리는 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결국 택시를 타게 된다. 아니면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드넓은 백제로 주변에는 병원, 대형 상가, 대학교,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그러나 승용차로 백제로를 지나다보면 시내버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결국, 우리는 막대한 공공예산으로 만든 도로를 비싼 비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로는 공공의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와 같은 집합적 소비보다는 택시와 승용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소비해버린다. 기름 값도 치솟는데 말이다. 이것은 공공재산을 사유화하는 역진적이고도 어리석은 소비행태이다.
한편, 도시생활에서 신문은 필수적이다. 신문기사의 거의 대다수는 도시에서의 삶에 관련된 것이다. 대도시에서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대개 신문 판매대가 있다. 그래서 신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전주에서는 이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도심 몇 군데에만 신문 가판대가 있다. 물론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에서 신문을 팔기도 한다. 그러나 출근길에서 또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신문을 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신문배달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들쭉날쭉하다. 배달이 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할 수 없다. 게다가 지역신문을 구독하기란 쉽지 않고 가판은 더욱 부족하다.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전주역에서도 지역신문은 팔지 않는다. 참으로 신문 보기 어렵다. 나는 다른 지역에 가면 터미널이나 역에서 그 지역 신문을 사 보는 재미를 즐긴다. 그 지역을 느끼고 알기 위해서 말이다.
대중교통 특히 시내버스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어디에서나 쉽게 신문을 볼 수 있는 도시는 활기가 넘친다. 물리적 소통과 의사소통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도시는 자연을 잃은 만큼 보상을 준다. 소통이 불편하거나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도시는 생기 없는 잡동사니 일 뿐이다.
/윤찬영(전주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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