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정책은 수도권 및 이와 정치경제적 이해를 같이 하는 집단의 반대가 강하지만 지방의 입장에선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고도 가시적인 성과들을 보여줘서 기대가 크다. 아직도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 결정하고 정부 부처를 지방으로 이전 추진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고 그 후속 작업들이 추진 중에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예산의 운영도 분권화하여 작년을 기준으로 한 국고보조사업 총 533개 12조 7천억 원 중 13개 부처의 149개 사업 9,581억 원을 지방으로 이양하였다. 즉, 중앙정부가 편성하던 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예산편성을 하라는 것이다. 매우 획기적인 조치이다. 물론 내국세 총액의 0.83% 밖에 안 되는 것이지만, 분권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사업이 67개로서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업 중에서 45%를 차지하고 액수로는 5,959억 원으로서 이양되는 예산의 62.2%를 차지한다. 그러나 149개 사업에 대해 분권교부세가 실제로는 예정된 액수의 88.24%인 8,454억 원이고 나머지 11.76%에 해당되는 1,127억 원은 담배소비세 수입으로 충당토록 하였다. 그러나 담배소비세 수입이 금연운동 등의 확산으로 오히려 줄어들어 지방이양사업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 분야의 사업과 예산이 지방이양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정부는 작년도를 기준으로 분권교부세 규모를 확정하였고, 그 결과 수요처에 비해 예산의 부족비율이 증가하였고,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간, 부문간 복지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마인드에 따라 지역간 복지격차가 생길 것이며 또한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등 사회복지 분야들에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복지시설 운영비가 지방으로 이양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비 부담의 우려 때문에 신규시설의 설치 및 사회복지법인의 허가, 시설의 인력증원 등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지역에는 개인시설을 사회복지법인시설로 전환하려 한 경우, 운영비 지원 등을 이유로 법인설립을 제한하는 사례도 발생하였고 복지예산 확보율이 80.7%에 그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복지시설 종사자 충원을 제한하는 사례도 발생하였으며 복지예산 확보율이 80.5%에 그쳤다. 이렇게 되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은 먼 얘기가 되어 버릴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복지재정분권은 오히려 지방을 약화시키는 기제가 될 것이며 지방분권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것은 사회복지의 책임이 헌법상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분권이라는 미명으로 지방분담을 시켰기 때문이다. 재정분권은 필요하지만 복지재정분권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복지분야에 한하여 포괄보조금제의 활용을 기대해본다.
/윤찬영(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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