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전주대 교수)
전주시 송천동 일대에 자리 잡고 있는 35사단은 도시가 팽창하면서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2월29일 공개토론회를 통해 사단부지의 개발방향을 친환경주거단지로 확정했다.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연구 단지나 도심공원 개발방향에 대해선 일정기간 내 비용확보가 가능할 경우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대 이전 비용을 주거 단지 건설로 확보하고 북부권 지역 개발을 촉진해 광역도시기반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다.
물론 지역발전을 위해서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생명 중심의 가치가 정책결정에 먼저 고려해야할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난 40여 년 동안 환경의 희생 속에서 경제발전을 해 왔다. 그러나. 환경과 삶의 질을 토대로 하지 않고는 경제 성장과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1952년 12월 5일 런던시민은 칠흑 같은 스모그로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자동차들은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켰고, 경찰은 방독면을 썼다. 이 스모그는 닷새 동안 4천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반세기 전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을 겪으면서 런던을 떠나버렸던 야생동식물들이 다시 돌아왔다. 사라졌던 연어가 테임즈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자연과 생명 중심의 인식 전환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 35사단지역이 인간생존 공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는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35사단과 그 주변은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의 인간 생존 허브지역으로 발전시켜 ‘도시의 새로운 활력 불어넣기(urban revitalization)' 거점이 되어야 한다. 즉, 생태공원이 조성돼야 한다. 지금의 공원은 오픈스페이스 체계(open space system)의 공원이다. 오픈스페이스 이용은 포괄적으로 자연자원 보전, 생산 위주의 자원, 옥외 레크리에이션, 공공 대중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이용된 지역을 포함한다. 모든 오픈스페이스를 녹지통로(green way) 또는 네트워크로의 통합을 고려하는 생태도시의 개념이다.
전주시가 문화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는 무엇인가? 전통문화도시의 보존과 긍지가 아니던가? 우리는 할 수 있다. 미국 센트럴파크는 뉴욕의 자랑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원중의 하나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 곳은 100만평의 부지에 호수를 포함해 작은 동물원이 있고 숲과 정원, 산책로 등이 조성돼 세계 `도심 녹색공간'의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35사단 부지는 얼마든지 세계적인 공간으로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또한 70-80년대 개발을 통한 환경 오염의 상징인 전주천을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이 흐르는 살아있는 곳으로, 전주시민의 휴식처로 탈바꿈 시키지 않았는가?
중요한 정책의 발굴도 중요 하지만 시기도 중요하다. 5월 선거를 앞두고 미래 지향적인 대단위 개발사업은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어 생각해야 되지 않은가. 전주시의 졸속행정으로 산업사회의 시행착오를 재현해서는 안 되며, 미래 100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시민들의 참여를 통하여 생명공간으로 개발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연은 신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리고 21세기는 생명철학과 생태도시가 길이다
△최교수는 한국자치행정학회 임원과 한국지역사회개발학회 감사, 전북도청자문위원, 전라북도 혁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병일(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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