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김완주 신임 도지사의 취임사에 ‘문화’가 발견되지 않아 의아했다. 날이 갈수록 하락하는 도세와 지역경제의 열악함을 반영하여 경제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대중적‘기치’의 절박함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에선가 균형을 맞추었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교육, 문화, 의료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한 줄 언급을 빼고는 김 지사의 고유 브랜드처럼 알려졌던 문화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주를 맛과 멋의 고장,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내세우면서 지역의 브랜드 매니징을 문화에 맞추었던 전주시장 시절의 판단은 전라북도의 수장이 되면서 급전환하게 된 것일까 궁금증이 커졌다.
지난 경제성장 정책에서 소외되었던 지역들이 나서 지역문화브랜드 개발 전략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을 펴 온 것이 최근의 지자체 발전 전략의 전반적 추세였다. 문화를 중심 이미지로 활용하는 자치단체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문화와 관광이 결합하고 이것은 다시 ‘문화토건’사업으로 이어졌다. 관광단지가 줄을 지어 건설되고 온갖 시설물들이 문화의 이름 아래 시도되었다. 전국 곳곳에서 여러 이름의 축제와 영화제의 행진이 이어졌다. 물론 나비와 반딧불 등 ‘연성’전략을 통해 성공한 몇 지자체 외에는‘문화산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지역은 아직 드물다. 그렇다면 다시 대규모 공단과 기업 유치, 첨단신산업의 시도로 중심점을 옮겨야만 할 것인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기회의 시간은 사라져 버리고 경쟁도시들은 저만큼 앞서가 버리고 있다.
이웃한 광주는 2023년까지 20년 동안 2조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는 등 참여정부의 지원 아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를 지역경제의 동력이자 대안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5.18의 경험을 세계적으로 확장시켜 아시아 인권, 평화의 중심도시라는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형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조직하는 눈치다. 전북은 어떤가. 호남에 대한 정치적 고려라는 ‘과실’을 광주전남이 독식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오긴 한다. 하지만 정작 문화 인프라의 가장 핵심적 요소인 문화자원을 어느 지방보다 경쟁력 있게 갖추고 있는 전북의 잠재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고 배치하는 일에는 서툴기만 한 것 같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아시아’, ‘문화’만 해도 전북이 훨씬 더 다양하게 많이 채워나갈 수 있다. 전북의 정치역량과 문화일꾼이 집중점을 설정하여 그것을 못해내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한국문학을 이끄는 중견 작가들의 연고가 강한 전북에서 21세기 세계의 새로운 전망을 열어가는 <아시아아프리카 작가대회>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전북을 아시아문학으로 열린 창, 문학거점으로 확산해가는 시도 같은 것은 어떨까. 한국문학의 산실이라는 기존의 보유가치를 아시아로 연결하면서 고유 브랜드 가치로 선점,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여기에 맛과 멋으로 집약되는 전북의 문화컨텐츠가 가져올 여러 부대효과를 잘 짜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전북인이 이미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전북발전전략을 짜고, 이와 연관된 일을 자꾸 엮어내면서 큰 흐름을 만들어 가려는 특별한 노력 속에 21세기 문화 전북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아프리카>
△이재규 처장은 전민련 정책위원, 시민행동21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전북CBS <생방송 사람과사람> 진행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현), 6.15남측위원회 부대변인(현)을 맡고 있다. 생방송>
/이재규(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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