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식(우석대 교수)
공군의 베테랑 조종사들이 무더기로 전역을 요청하고 나섰다.
조종사들은 1년만 더 남아 달라는 공군의 간청을 뿌리치고 의무 복무 기간을 넘기는 내년 초에 민간 항공사로 자리를 옮기려 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42기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 34명이 한꺼번에 국방부에 인사 소청을 제기한 것이다.
의무 복무기간 13년이 끝나는 내년 초에 규정대로 전역을 시켜달라는 요청이다. 이들 조종사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 전역을 예상하고 이미 민간 항공사 취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군은 베테랑 조종사들이 무더기로 군을 떠나면 전력에 큰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1년만 더 근무해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공군 조종사 한 명을 키우는 데 투입되는 비용은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7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군은 엄청난 비용을 들인 조종사들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해 전역을 희망한 조종사는 공사 42기를 비롯해 모두 140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었다.
동기 조종사의 30%만이 대령에 진급하고 보수도 민간항공사의 60% 수준에 불과한 현실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이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소령 45세, 중령 53세, 대령 56세로 규정된 연령정년과 더불어 근속정년도 소령 24년, 중령 32년, 대령 35년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정년규정이 이들을 마음 놓고 장기간 군에 머물 수 없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민정부 이후부터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맞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군사정권시절에 특혜를 누려오던 군과 군 출신들의 영향력과 입지가 약화되어 온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현대전에 있어서의 승패는 누가 먼저 신속하게 적의 주요기지를 무력화시키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으며, 이는 결국 공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전후 공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한 것이나, 6.25전쟁 당시 미공군에 시달렸던 북한 역시 공군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는 철저한 자주국방과 안전한 치안질서의 유지가 바탕이 되어 존재한다. 따라서 양자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이러한 기능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군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수호의 보루인 공군 조종사들의 전역은 우리 군 전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안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제는 국가도 민간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으며 국가의 핵심 인재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파격적 대우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하여 공군력의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조종사들의 대거 전역은 또 다른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다.
복무기간의 연장과 보수의 현실화를 통해 이들이 계속 복무할 수 있는 적정한 조치를 하루속히 취해야만 한다. 안보는 한번 빼앗기면 다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은식(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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