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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큰 욕심쟁이는 청렴하다 - 권진홍

권진홍(전북도학생종합회관 관장)

옛부터 공직자의 첫째 덕목으로 청렴성을 들었다. 조선시대 공직자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목민심서'는 이를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다.

 

율기육조(律己六條)중 청심(淸心)편을 보면 '청렴이란 목자의 본무요, 갖가지 선행의 원천이며,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절대 목자가 될 수 없다.(廉者牧之本務萬善之源諸德之根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목자가 청렴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그를 도둑으로 지목하고 그가 지나가는 거리에선 더럽다 꾸짖는 소리로 들끓을 것이니 부끄러울 노릇이다.(牧之不淸民指爲盜閭里所過醜罵以謄亦足羞也)'라고 하였다.

 

그렇다. 청렴은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본분 중 첫째로 꼽힌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정치나 행정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공직자의 첫 번째 본분인 청렴을 망각한 파렴치한 사례가 너무나 많아 안타깝다. 얼마 전 사행성게임 허가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더니 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론스타 사건으로 법원과 검찰이 날선 공방을 벌인바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다단계 판매사기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 일가족이 연루되어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마치 온 나라가 부정,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있는 부동산 문제로 억장이 무너진 서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답답한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비단 중앙정부에만 국한 된 일이 아니다. 규모만 다를 뿐이지 지방행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거 때 만 되면 '청렴'을 다짐하지만 부정과 비리에 빠져드는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민선1기 때 수뢰와 횡령 등 각종 불법행위로 사법당국에 기소된 단체장은 245명중 23명으로 9.3%였다 그러던 것이 2기 때는 248명중 60명으로 24.2%, 3기 때는 78명으로 31.5%를 차지했다. 이대로 간다면 이번 민선 4기 때는 또 다시 최고기록을 갱신할지 모를 일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어디 지방자치단체장 뿐이겠는가. 일부이기는 하지만 의원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 각종계약 관련 금품수수, 인사비리 등의 부조리가 아직도 여전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의 10위권인데 반해 국가 청렴도는 42위로 극히 낮아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부정, 부패가 가장 심각한 분야는 정치가 81.8%로 단연 으뜸이다. 행정에서는 건설 분야가 49.3%로 수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치나 행정에 있어 청렴은 정말 요원한 일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청렴을 최고의 덕목으로 숭상해온 오랜전통이 있지 않는가.

 

이른바 선비정신과 청백리가 그것이다. 관직수행능력과 함께 청렴, 근검 등을 실천한 관료에게 내리는 청백리 호칭은 조선 600년 동안 219명에게 주어졌다. 그중 재상을 지냈던 유관(柳寬)은 장마 때 천정에서 비가 줄줄새자 우산으로 비를 막으며 부인에게 '이 우산도 없는 집에서는 어떻게 견디겠소'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 유성룡은 재상을 지내고도 세상을 떠날 때 남겨 놓은 재산이 없어 여러 자식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수준에 올라선 희망이 있는 국가가 아닌가. 정직하고 깨끗한 정부,청렴한 공직풍토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다시 200년전 쓰였던 목민심서로 돌아가 보자. 청렴이야 말로 다시 없는 큰 장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큰 욕심장이 일수록 반드시 청렴한 법이다. (廉者天下之大賈也故大貪必廉人之所以)

 

/권진홍(전북도학생종합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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