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새해 원단, 조금은 굵직한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평범한 우리들은 올 한 해 가정의 평안과 직장의 안정, 사업의 성공을 바란다. 우리가 살아갈 한해는 만만치 않다. 평범한 삶으로 헤쳐 나가기 어려운 현실에 다가설 것이다. 나라 안팎의 소용돌이와 지역의 힘든 현실은 우리의 숨소리를 가쁘게 한다.
오늘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온갖 난관은 19세기 말 굴욕적인 개항 이후 외세로 빚어져왔다. 위태로운 상황에도 나라 안의 세도가는 백성의 삶의 곤경에 고개를 돌렸다. 외세와 봉건에 의한 압제, 이것이 우리 사회의 불행의 첫 사슬이었다. 이 사슬을 끊기 위하여 동학농민군의 혁명의 역사가 일으켜졌다. 이 역사는 독립과 해방과 반독재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으로 이어져 통일을 실현하고자하는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가 없었다면 작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삶도 거품이 되었을 것이다.
올 한해는 110여 년 전 이 땅의 역사를 기억나게 하는 신자유주의의 거친 물결이 밀려 올 것이다. 국가살림을 담당한 이들 만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들 모두가 연대하는 심정으로 어렵사리 살아가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사려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기대를 뛰어넘어 나라 안팎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살림을 주도하는 경제구조는 대부분 배타적이어서 빈곤과 부요의 극단적인 차별에 냉담하다. 고루고루 나누어지는 포괄적인 경제살림을 생각하는 꿈이 요구된다. 무한경쟁의 세계화는 개인적 성품과 기질에 오염되어 자신의 탐욕을 위하여 남을 희생시키며 고통에 잔인하리만큼 무심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적 태도는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긴요한 시대다.
우리사회의 경우 군사개발독재 이후 나라의 경제성장지표를 국민총생산에 몰두한 나머지 사회적 가난은 오래도록 외면되어왔다. 궁핍과 고통의 물결이 우리 사회의 표면에 떠오르려는 어려운 시대를 감지 할 수 있다.
이러한 위기의 극복은 우리들 평범한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작은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꿈의 알맹이는 사랑과 봉사, 절제와 나눔을 통괄하는 근대 사회의 발전 원동력인 박애정신이요 실천이다. 이러한 꿈은 그 간 근대사회를 지향한 동서양 사회에서 실현되어왔다. 평범치 않은 꿈들이 아름다운 세계를 일구어왔다. 패권과 식민지배의 반인류적 역사를 헤치고.
만약 유태인 학살 책임자이었던 평범하기 짝 없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남이 당하는 고통에 조금이라도 사려 깊게 사유했더라면 600만 명의 희생을 막았을 것이라고 한 한나 아렌트의 경고는 우리 자신의 행복의 꿈만이 아니라 곤궁에 처한 이들의 삶을 향한 사려 깊은 꿈도 꾸라고 한다.
동학 농민혁명군들이 꿈꾸고 이루려 했던 평등사회는 새해를 맞는 우리들의 꿈이기도 하다.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존중하려는 꿈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런 꿈은 어떠한가.
무한 경쟁과 부의 축적에 몰두하려는 우리 자신들의 탐욕적 기질을 털어내려는 꿈, 무한 경쟁의 바람 속에서 연대하는 꿈, 이러한 새해의 꿈은 평등 세상의 이름다운 맛을 맛 본 사람들에게서 솟아난다.
이영호 이사장은 1939년 일본에서 출생, 군산에서 성장했으며 숭실대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일장신대학교 총장과 전북지역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역임, 현재 한일장신대 명예교수,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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