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전북대교수)
지난 1월 중순, ‘대학이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해 재임용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 교수가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쏘며 상해를 가한 미증유의 사건으로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 준 일이 발생하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즉각 공권력에 대한 테러로 규정지었고, 대법원은 판사 등 사법업무 종사자 보호를 위한 가칭 ‘사법질서보호법’을 제정할 것이라는 등의 대책을 밝혔다.
먼저 재임용 관련해서 ‘교원지위확인 소송’과 같은 일반 민사사건에서의 진실이라는 것은 형사사건에서 말하는 절대적?객관적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소송 당사자가 주장?입증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우월적 증거에 손을 들어주는 상대적 진실이며, 위 판결도 증거의 우월성에 기초해 재임용 요건을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이번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전직 교수의 행동은 한 때 대학에 몸담았던 지성인으로서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이고, ‘친절한 금자씨’ 같은 복수이자 저항권 행사였다는 강변도 궤변임이 분명한 범죄로 보인다.
그런데 왜 위 전직 교수를 옹호하는 여론이 팽팽하게 사법부 심장을 조준하고 있으며, 또 해당 대학인 성균관대학교와 삼성을 동일시하고, 마치 힘없는 한 교수와 공룡 삼성과의 대결인 것처럼 바라보며, 수학문제 출제 오류 지적에 대한 대학의 보복성 인사가 사안의 본질이 아닐 수 있는데도 일부 언론은 왜 의혹을 자꾸 제기하는 것일까.
이는 칠흑 같은 독재정권 시절, 잔혹한 인권유린 사건, 민주화운동 등에 대하여 법원이 눈과 귀를 막고,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의 우산’ 뒤에서 내린 정의롭지 못한 판결이 결국 법원이 권력과 강자를 위한 존재, 권력의 시녀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각인 시켰기 때문은 아닌가. 민주화 이후에도 재벌이나 언론 사주들처럼 사회적으로 권력과 힘 있는 자들이 저지른 범죄, 예컨대 두산의 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회사 돈 286억 원을 횡령하고, 현대의 정 회장이 80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뇌물 등으로 사용한 범죄 등에 대하여 법원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소박한 국민의 믿음을 여지없이 깨버렸고, 최근의 법조비리 사건, 교수 재임용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 대해 10년 넘게 아예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여 구제를 포기하였던 사실 등을 통해 사법부 스스로 국민 불신을 키워 온 결과는 아닌가.
최근 법원의 소위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에서 희망의 싹을 본다면, 전교조 인터넷 사이트에 북한을 문답식으로 소개한 교사를 구속한 사건에서는 체념과 절망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본다.
‘법은 강자의 이익이고 법전은 악마의 성전’이라는 패배적?허무주의적 불신이 팽배한 이상 이런 불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법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한 시골 대학 교수의 단순한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김희수(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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