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나온 기사 오려 지도에 붙여보자
“너 이름이 뭐니?” “어디 살아?”
아이들이 누군가를 새로 만나면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길에서 동네 어린이를 만나거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아이를 만나면 그 어색함을 모면해 보려고 흔하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하고많은 궁금증 속에서 이름과 사는 곳부터 물어보게 될까? 모든 사고는 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에 대한 가치관이 확실히 정립됐을 때 타인도 이해하게 되고 세상에 눈을 돌리게 된다. 내 이름이 무엇인지 알 때 상대의 이름도 물어보게 되는 것이고 내가 어디에 사는지 인지할 때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유아나 어린이들은 세계관이라는 거창한 화두가 필요가 없다. 나에서 시작해서 우리로 나가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 곳이 어디인지 인지력도 떨어지는 아이에게 너는 세상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관념을 심어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우리 동네의 일부이고 세상을 유지시키는 유기체라는 것을 아이가 찾아 알고 머리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주위에서 찾아보면서 편하게 다가가 보자. 아주 작고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큰 것의 모태가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될 것이다.
△우리 동네 이야기=
사회는 혼자서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서로간의 주고받는 대화나 행동들이 끊임 없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이도 가까운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형제 자매간의 이야기 친구와 있었던 일 등 아주 많은 사건 속에서 살고 있다. 이것들을 입 밖으로 끄집어내면 표현이 된다.
우리아이는 도대체 말을 안 한다고 걱정하고 고민만 하지 말고 아이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집안의 대소사부터 시작해서 지역의 행사나 축제들을 알아가면서 점차 사회의 장을 확대해 간다. 신문에 난 기사나 광고를 보면서 우리 집과 관련된 것을 찾아보자. 유아들은 살고 있는 집의 형태를 찾거나 우리 집에 있었으면 하는 것을 오려붙여 본다. 또한 행사와 어울릴 만한 그림이나 글씨 그와 연관된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해서 마인드맵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고학년에 가까운 아이들은 지역 지도를 놓고 우리고장 알아보기를 하자. 신문의 기사를 오려서 그 지역을 찾아 지도에 붙여준다. ‘경제자유구역 군산 지정 유력’이라는 기사가 있다면 ‘군산’을 찾아 지리적 위치를 확인하고 ‘군산 ’위에 이 기사를 붙여 준다. 기사를 관심 있게 보고 지역을 찾아보는 것을 하다보면 지도에 친숙해지고 지리감각을 익히 수 있으며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시사에 흥미가 생기고 사회성이 발달하며 바른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준다.
△여기는 뭐가 유명할까=
오늘 우리 집 식탁에 오른 반찬은 어디에서 왔을까? 밥을 먹으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다. 근교에서 나는 것도 있지만 저 멀리 제주도나 또한 수입을 한 것도 있을 것이다. 트럭에 실려 온 것,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여러 경로를 거쳐 우리 식탁에 까지 올라왔을 것이다.
마트 전단지를 보면 식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큰 종이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린 후 요즘 우리가 많이 먹고 있는 귤은 제주도에 붙이고, 딸기는 오려서 전주(삼례)에 붙여주고 충청도의 마늘 등 전국 유명특산지 찾아 붙여주자.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면 그것을 더 부각시켜 좋은 점도 찾아보고 그 곳이 우리나라 어디쯤에 있나 알아봐서 다음에 꼭 가보자는 약속도 하면 싫어하던 음식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된다. 지도에 붙여놓은 특산물을 보면서 음률에 맞춰 놀이도 해보자. 아이와 번갈아가며 주고받기를 한다. 전주에 가면 배가 있고, 고창에 가면 복분자도 있고.... 꼭 특산물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나 축제 행사 등 다양하게 응용을 하면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고 애향심이 고취되어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게 된다.
△기상 캐스터 =
날씨는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정보이다.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일기예보가 나오지 않은 경우는 없다. 아마도 그런 일이 있다면 황당 뉴스거리로 나오지 않을까? 24시간 몸으로 느끼는 바람과 햇빛의 정도는 매일 매일이 다르고 고장마다 차이가 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건물로 둘러싸인 곳과 사방이 뚫린 곳은 바람의 강도나 온도에서도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피부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이들과 화제 거리로 삼아 즐기기에 좋다.
아이와 신문을 돌돌 말고 위를 공 모양의 뭉치를 붙여 마이크를 만들고 기상캐스터가 되어 날씨예보를 해보자. 어떤 아이들은 비옷을 입고 흉내를 내보기도 했을 것이다. 지도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위치를 찾아보고 ‘우리 집은 00인데 서울보다 남쪽에 있어 날씨가 따뜻합니다.’ 라는 식의 날씨 예보를 한다.
가장 큰 공간개념인 위와 아래의 차이를 인지하고 남쪽이 북쪽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밖의 날씨를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더 좋은데 요즘처럼 추울 때는 따뜻한 옷을 입고 모자와 장갑을 낀 채 굉장히 추운 표정과 행동을 하면서 해보자. 아이가 더 즐거워하고 이해도 훨씬 빠르다. 좀 큰 아이들이여서 지역의 구분을 안다면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벽에 지도를 붙여놓고 지시봉을 만들어(신문을 두세 겹 정도의 두께로 길게 말아준다) 지역별 기온과 놀이지수를 예보해 본다. 여기에서 기온이나 놀이지수는 사실과 달라도 된다. 이런 기상캐스터 흉내 내기는 아이에게 바르게 말하는 자세, 말할 때의 성량 또한 바른 문장을 사용하는 습관 등 생활전반의 교육이 가능하다.
△아빠 등은 지도=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한동안 우리의 아이들이 많이 불렀던 노래의 한 대목이다.
밖에서 힘들게 일하다 돌아온 아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빠 앞에서 재롱부리며 부르기도 했을 텐데 안마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넓은 아빠의 등을 안마하기에는 힘에 부치기도 하고 놀고 싶은 욕심에 오래 하지 못한다. 그런 아이에게 아빠의 등을 놀이터로 빌려주자. 아빠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운 안마놀이를 할 수 있다.
못 입게 된 셔츠나 티의 등판에 굵은 펜으로 지도를 그린다. 밝은 색상이면 더 좋겠다. 경계 구분이 확실한 아이는 지역 명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서툰 아이에게는 지역 명까지 써서 보기 쉽게 만든다. 이 옷을 아빠가 입고 아빠는 안마를 받고 싶은 지역의 위치를 부른다. 아이는 그곳을 찾아 손이나 뽕 망치를 이용해서 두드려 준다. 재미를 실어주려면 지역을 빠르게 바꾸며 말하면 아이는 아빠 등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열심히 찾아 두드리게 된다. 엄마 아빠가 교대로 하면서 아이에게 먼저 보여주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집에 들어와 아이와 마땅히 놀아줄 거리가 없어 미안해하지 말고 아빠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운 온가족 돌아가며 안마놀이를 한다면 집에 들어온 저녁이 행복해 질 것이다.
놀이로 즐기는 지도공부는 몸을 움직이며 하기 때문에 우뇌도 자극시키고 지도를 익히면서 좌뇌도 같이 자극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기억이 오래 유지된다.
/전주YWCA여성인력개발센터 NIE연구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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