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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85년 역사속으로...'애틋한 이별'

고창 아산 석곡초 9일 마지막 졸업식

고창군 아산면 남산마을 석곡초등학교는 9일 마지막 졸업식을 갖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desk@jjan.kr)

빨간 벽돌이 빛바랜 시간 만큼이나 오랜 세월 동량을 배출해온 농촌학교가 개교 85년 만인 9일 마지막 졸업식을 갖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고창군 아산면 남산마을 석곡초등학교(교장 이덕호·57). 졸업생 4명이 빠져나가면 남는 학생이라곤 겨우 7명. 지난해 초 학부모 등이 폐교를 희망하는 의견서를 고창교육청에 제출, 승인을 받았다.

 

올해 폐교되는 도내 학교는 모두 4곳이지만 석곡의 퇴장은 의미가 남다르다. 농촌인구 감소 등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폐교되지만 그동안 이어온 85년이라는 학교역사가 짧지 않은데다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보여온 동문들의 면면이나 모교사랑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 보통학교 수준의 강습원으로 개교한 이 학교는 독립운동을 하며 고창고보를 세우는데 힘을 보탠 남사 오자환 선생이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3년 뒤 보통공립학교로 전환한 석곡초가 80여년간 배출한 졸업생이 5,285명. 수용능력의 한계로 한때 대아분교와 송현분교를 승격,분리시킬 정도로 큰 학교였다. 오종남 전 IMF 상임이사를 비롯해 박규선 도교육위원, 박규복 예비역 준장 등이 이학교 출신이다.

 

마지막까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동문회의 모교사랑도 눈물겹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폐교 위기에 처하자 십시일반 뜻을 모아 통학용 봉고차량을 구입해 학교에 기증했다. 그리고 학생 모집에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2002년엔 학생수가 50명을 넘기도 했다. 이성재 동문회장은 “마음 한켠이 짠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폐교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석곡초는 그간의 발자취와 글을 모은 역사지 ‘석곡 85년’을 발간, 폐교의 아쉬움을 책속에 묻었다. 학교는 없어져도 기록은 남아야 동문과 지역주민에게 힘이 된다는 이덕호 교장의 생각 덕분이다.

 

이 교장은 “졸업대장만 3권에 달하고 일제시대 땅계약문서까지 있을 정도로 유서깊은 학교가 없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발간 비용 1400만원을 들여 1년 동안 수집과 정리를 통해 빛을 본 역사지에는 재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와 동문들의 소중한 추억이 글로 담겨 애틋함을 더한다.

 

졸업생 안은지양은 “우리 학교가 폐교된다니 안 믿어진다”면서 커서도 석곡에서의 6년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담임 김은원 교사는 “첫 제자들이 석곡의 마지막 졸업생이라는 점이 교사생활 중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이 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석곡초는 따로 마련한 폐교식 없이 9일 오전 10시 학교 도서실에서 역사지 출판기념회와 종업식을 졸업식과 함께 연다. 학부모와 지역주민, 각계 동문 등 100여명이 참석해 그동안 가을운동회와 학예회 등을 함께 하며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매김 해온 시골학교의 ‘퇴장’을 기념한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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