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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 - 곽병선

곽병선(군산대 교수)

대한민국이라는 나뭇잎 위에 여러 개의 조그마한 지방(地方)이라는 물방울들이 힘겹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뭇잎 한가운데에 다른 모든 물방울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수도권(首都圈)이라는 물방울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거대한 물방울은 이리 저리 굴러다니면서 작은 물방울을 하나씩 흡수해 버린다.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큰 물방울은 나뭇잎 전체의 균형을 깨트리면서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흔히 여름날 아침에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행한 현실이기도 하다.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은 남한면적의 11.8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곳에는 전체 인구의 45퍼센트, 우리나라 100대기업 본사의 91퍼센트, 벤처기업의 70퍼센트, 금융기관의 67퍼센트가 집중되어 있다. 지역의 재정수준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에 있어서 서울은 95.5퍼센트, 경기도는 78.8퍼센트이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의 재정자립도는 평균적으로 35퍼센트이다. 비수도권 중에서도 전라북도의 재정자립도는 25.9퍼센트에 불과하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2005년 말 기준으로 권역별 인구의 순이동의 추이는 수도권의 경우 2002년 21만 명, 2004년 14만 명 등 꾸준하게 늘어난 반면 호남권은 2000년 이후 매년 3만 8천명에서 9만 9천명, 영남권은 매년 7만 6천명에서 8만 1천여 명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은 돈 뿐 만아니라 이미 사람으로 포화상태이다. 증가하는 인구문제 때문에 수도권은 언제나 공사 중이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시사토론회에 나온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북경과 상해 그리고 동경과 경쟁할 수 있는 대수도권(大首都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좁은 국토라는 점을 고려하여 인근 광역자치단체를 하나의 통합형 행정권역으로 묶자는 제안은 행정의 효율성측면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날 경기도지사가 밝힌 대수도권의 진짜 속내는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권규제를 제한하는 각종 법률들을 폐지하거나 개정하여 수도권의 공장총량제폐지, 첨단산업단지의 신?증설, 4년제 대학의 신?증설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경제발전단계와 수준이 다르고, 북경과 상해의 배후에는 인구 13억 명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10년의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각종 수도권개발을 제한하는 법률들을 폐지하거나 개정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본은 오랫동안 지방자치의 뿌리가 있고, 동경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규제를 풀어도 기업들이 이미 지방의 산업단지에 입주해 가동 중에 있기 때문에 지방의 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전라북도와 같은 경우 이제 겨우 국가산업단지가 만들어져 기업들이 입주 중에 있거나 입주를 검토하고 있는데, 수도권에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면 어떤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하겠는가?

 

비수도권을 살리기 위해서 수도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하자는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특성화하는 것이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수도권에는 금융기관과 자본이 집중되어 있고, 인구가 밀집해있다. 수도권은 금융이나 서비스에 집중하여 세계적인 금융과 서비스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제조업은 지방에 맡겨야 한다. 수도권에서 제조업까지 하겠다면 지방은 황폐화될 것이 뻔하다. 경기도지사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진정 염려한다면 상극(相剋)이 아니라 상생(相生)의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곽병선(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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