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배꽃(梨花)과 오얏꽃(李花)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바로하지 않으며 외밭에서는 신들메를 고치지 않는다.’ 우리 나라 사람치고 이 격언을 모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 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얏’이 무엇인지 정작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얏 리’자 이(李)씨들 중에서도 오얏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열이면 일곱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씨가 박씨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좀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자두는 중국 이름 자도(紫桃)가 변한 말이고, 오얏은 우리 고유어인데도 말이다.

 

중종 때 <훈몽자회> 에는 자도가 아니라 ‘외엿’으로 나온다. 지금은 속담에나 남아 있을 뿐인데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아주 사어(死語)가 되어 버리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제것 귀한 줄 모르고 남의 것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많으니 걱정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아내를 두고 와이프(wife)라고 말하는 정신나간 사람들 말이다. 아내라는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열매만이 아니라 꽃도 마찬가지다. 배꽃(梨花)과 오얏꽃(李花)을 구분하려면 한시(漢詩)에서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시조며 판소리 사설에서조차 고유어인 오얏꽃이 아니라 한자어인 이화(李花)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으니 배꽃인 이화(梨花)와 혼동될 수 밖에 없잖겠는가. 한때 조선왕가의 문장화로 쓰였던 것은 분명 ‘오얏꽃’인데도 ‘배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서 말한 ‘신들메’는 ‘들메끈’과 같은 말로 ‘짚신이나 미투리의 허리에서 발등에 매는 끈’이라는 것도 알아두자.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익산익산 패싱 KTX 신설 움직임 “불순한 계획”

익산최병관 전 행정부지사 출판 기념 북콘서트 성료

익산‘수익금 유용 혐의’ 익산로컬푸드직매장 위탁운영 조합 관계자 검찰 송치

전북현대전북현대 '코리아컵'도 안았다⋯5년 만에 프로축구 ‘더블’ 성공

사건·사고김제 단독주택서 불⋯80대 거주자 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