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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다보스와 뽀르뚜알레그레

곽병선(군산대교수·법학)

20세기를 이념이 대립하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신자유주의와 신사회주의, 세계화와 탈세계화 등의 새로운 집단과 가치 충돌의 세기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의 행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 합의함으로써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경제의 블록화가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자유주의론자들은 전세계의 단일 경제권을 추구하면서 세계화를 추구하지만, 신사회주의자들은 세계화를 반대하며 오히려 탈세계화를 주장한다. 이 양대 흐름을 대변하는 이론적?실천적 구심체가 바로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우는 세계경제포럼과 ‘뽀르뚜알레그레포럼’이라고 불리우는 세계사회포럼이다. 다보스포럼은 1971년 창립된 이후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기업인?정치인?지식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자들이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전지구적 의제에 관한 핵심 쟁점들을 논의하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의 상황을 향상시키는 데 헌신하는 독립기구”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2001년부터 브라질의 뽀르뚜알레그레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자본이나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에 지배당하는 세계에 반대하면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지구사회를 수립하려고 노력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운동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민주적으로 공유하는 열린모임을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다보스포럼은 현재의 권력자와 미래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을 서로 논의를 통해서 조정하고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범세계적인 정책들을 수립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이에 비해서 뽀르뚜알레그레포럼은 다보스포럼이 구상하는 세계와 다른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라는 차원에서 세계를 단일화하기 보다는 다양한 세계가 서로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대 포럼이 추구하는 정신은 세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변화의 방법에 있어서 다보스포럼은 세계화를 통한 변화를 제시하고 있고, 뽀르뚜알레그레포럼은 탈세계화를 통한 공존적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과 미국이 단일한 경제블록을 형성하자고 합의한 것은 바로 다보스포럼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구체적인 성과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직 한미FTA가 발효되지 않아서 그 효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한미 FTA는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미국사이에 자본과 상품 그리고 용역이 자유롭게 상호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유지하고 이끌어 왔던 가치와 제도 그리고 규범들이 미국의 기준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협정에 대해서 진정 염려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부의 분배나 지역균형개발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위해서 제도나 법을 만들 때 이제까지는 우리 내부의 논의로 가능하였지만, 앞으로는 미국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국가의 부가 창출될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적 취약계층이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세계화보다는 탈세계화를 통해서 부국과 빈국, 자연과 인간, 서로 다른 민족끼리도 공존할 수 있다는 강력한 주장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지 않았는가? 우리사회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고 경청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미FTA가 체결되는 과정에서 협상내용만 전달하는 언론들을 바라보면서 좀 더 멀리 보면서 우리 후손과 모든 지구인을 함께 생각하는 거대 담론이 우리사회에서 실종되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곽병선(군산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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