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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미쳐가는 세상의 화두 - 김희수

김희수(전북대교수·법대)

지난 4월 16일 이후 주요 뉴스로 진행된 내용은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 이민 1.5세대이고, 범인은 부유층에 대한 증오심을 강하게 드러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을 했다 한다. 범행 원인에 대하여 기질적 요인으로 범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 사회적 관점에서 이민 세대가 겪는 고통으로 바라보는 분석 등이 이어졌고, 그의 가족은 서울에서 반지하 생활을 하다가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미국 성공 이민의 본보기였다고 전한다.

 

그런데 무엇을 성공하였다는 것인가? 성공하였는데 왜 그런 무자비한 범행을 자행했을까? 성공한 것은 시장에서의 승리였다. 인간과 정신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물질과 탐욕의 성공이었다. 전 세계는 작금에 이르러 시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시장만능주의로 미쳐가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 한국사회도 시장주의는 괴물 같은 폭풍우를 동반하며 산과 바다, 인간을 휩쓸고 있으며, 거친 파고를 예고하는 한?미 FTA도 시장지상주의의 결과물에 다름이 아니다.

 

어느 인류학자에 따르면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역사의 중심에 들어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10만년 전이었고, 약 9만 5천년 동안 인간은 토지와 자원을 공유하고, 호혜주의와 평등주의 속에서 서로 돕고, 평화롭게 살았다 한다. 그렇다면 불과 5천년도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인류는 제동장치 없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앞으로 질주하여 현대의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까지 이르렀고, 오늘을 사는 대다수의 호모사피엔스는 시장을 숭배하는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9만 5천년 동안 평화를 사랑하던 인간 유전자가 불과 5천년 동안에 그것도 자본주의 경제의 싹을 틔운 300년 남짓한 시간 동안에 ‘돈’ 사랑 유전자로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인간이기를 거부한 범죄를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나 시장주의가 확산되고 이에 대한 찬송과 복음이 멀리 퍼질수록, 우리 사회는 시장만을 유일신처럼 여기고, 시장에 인간의 생명까지 팔아넘길 것이다. 오로지 일등만이, 하나의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경쟁과 효율성만 강조되는 시장에서의 성공신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번 참사를 부른 것은 아니었을까. 가혹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소외되고, 파편화되어 타인을 적대시하며, 인간을 인격체 아닌 승패의 상대로만 인식하는 결과에서 비롯된 재앙은 아닐까.

 

범인은 이 시대 눈에 보이지 않게 제도화되어 버린 타락한 폭력?반생명 사회에 대한 반항과 탈출구로 그런 잔인무도한 범행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정의와 사랑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말할 만큼 순진무구한 필자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 시장만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니며, 더불어 사는 영혼과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세상이 미쳐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희수(전북대교수·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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