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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무기력이라는 그물망 - 김희수

김희수(전북대 교수·법대)

대통령님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민주세력이 무능하면 보수세력이 유능하냐고 말 하던 그날, 뜨거운 함성이 무등골을 데웠던 5·18 그날, 남북의 갈라진 산하에 열차가 분단의 벽을 뚫고 금단의 땅으로 들어서던 그 즈음, 한 전북지역 교사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참여정부와 민주세력을 동일하게 등치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더라도, 민주세력이 유능했으면 위 교사가 수사를 받았겠는지 자문해 보면 유능한지 무능한지 알 수 있는 않는가.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냥감으로 정해 놓고 포위의 그물망을 좁혀 마침내 더 이상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면 인간과 동물은 결렬한 저항, 무기력한 자포자기, 체념, 혹은 순응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가난을 연인처럼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극빈층도 노동이 신성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뼈가 부스러지게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에서 빙글빙글 도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심정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위 교사가 국가보안법철폐와 미군철수를 주장하였다는 내용이 북한 주장과 동일하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이롭게 하므로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혐의 내용도 결국 자유롭게 비상하는 한 인간을 무기력하게 포위하여 그물망 속에 가두고 거세시키려는 행동이다.

 

대통령님께서 결코 무능하지 않다고 강변하시던 그날에도 어김없는 일상으로 반복된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삶과 힘없는 약자인 한 교사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었다면 민주세력이 유능한 것처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느님, 마호메트, 부처를 믿는다는 이유로 처벌을 한다면 모두 분노하고, 항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본질이 인간 내면의 사상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고, 미군철수 운운도 그냥 평범한 개인의 생각일 뿐인데, 왜 민주세력은 ‘십자가 밟기’라는 시대착오적이고 모욕적인 사상형법, 정치형법에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지 못하였는가. 그 답은 결국 무능과 무기력이 아닌가.

 

민주세력은 실패하였고, 아무것도 재대로 이루지 못하였고,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며 심연의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포위망은 더욱 조일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그 때는 더욱 무기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부속품처럼 매달려 있을 것이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낙인찍힌 진보?민주세력이 다시 일어설 해독제는 진정 없는 것일까. 가난을 멍에처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진정한 평화와 인권 그리고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세상이 바뀌고,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진정한 이유는 스스로 일어설 정당한 분노를 잃어버린 성찰적 삶의 부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 아닌가. ‘나는 모든 것에 실패하였어도 나 자신에게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한 독립?혁명운동가의 잊혀진 서러움이 이 시대를 사는 이름 없는 민초들에게 공명(共鳴) 될 때 진정 아름다운 나라가 되고, 민주세력은 무기력이라는 그물망으로부터 벗어 날 것이라 감히 말한다.

 

/김희수(전북대 교수·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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