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욱(전북대 교수)
지난 며칠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열대야로 밤잠 설치던 어느 날부터 우리 집 아이들은 제방을 놔두고 모두 안방으로 몰려들었다. 안방에는 옛날부터 쓰던 에어컨이 하나 있었는데 더위를 피해 모두 이리로 모여든 것이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밑에서 먹고, 놀고, 친구들도 불러다가 놀았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 보면 모든 게 온통 어수선하게 널려 있었다. 넓은 마루와 다른 방은 텅 비어 있는데 잠을 잘 때도 부대끼며 한 방에서 자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토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토의 10%에 불과한데 모두들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곳에 모여 산다. 90%의 면적은 거의 텅 비어 있는데도 말이다. 가끔 서울에서 회의가 있어 차를 몰고 가다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전주에서 서울 톨게이트까지는 두어 시간 남짓 걸리는데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목적지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대략 170km 이상을 두어 시간 만에 왔는데 20km도 안 남은 거리를 한 시간 넘게 걸려서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할 뿐이다.
이런 문제를 정부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새롭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외쳐 왔던 것을 보면 말이다.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야심차게 밀어붙인 도시개발사업 중의 하나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이다. 그리고 행복도시의 건설계획이 제시된 지 불과 사오 년 만에 토지보상이 끝나고 첫마을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 전체에 걸친 공공시설의 배치도 계획적으로는 완결된 상태이다. 무슨 개발사업을 하나 하려면 환경성평가니 교통성평가니 하면서 인허가에 대한 지리한 공방과 예산타령이 몇 년에 걸쳐 이뤄지는데 행복도시는 예외인 것 같다. 좋게 말해 정부가 정말 국토의 균형발전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현실을 곱씹어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토지보상비도 별로 들지 않고 개발의 여력도 충분한 새만금의 개발에는 중앙정부가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이미 80년대부터 거론된 새만금이 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내부개발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 하나 없다. 행복도시에는 알짜배기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새만금에는 어떤 알짜배기 사업이 들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지방정부만 애가 타서 중앙정부에 무수한 정책적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지방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전입인구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치 좁아터진 우리 집 안방에 온 가족이 모든 것을 펼쳐두고 모여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도시가 완결되면 지방의 인구는 더욱 감소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최첨단의 의료, 교육 및 복지시설이 들어서는 도시로 사람들은 모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새만금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와 내부개발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행복도시를 위해서 그렇게 많은 예산을 단시일 내에 투입할 수 있었다면 새만금을 위해서도 중앙정부가 예산투자 계획과 제도적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 지방 사람들은 모처럼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 집의 에어컨 하나가 가족을 한 방으로 끌어 모으듯이 말이다.
/황지욱(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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