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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성적만능주의와 인성교육 - 황지욱

황지욱(전북대교수·건축도시공학부)

과거에 우리나라가 항상 자랑으로 내세웠던 사회적 덕목 중의 하나가 올바른 가정교육을 통해 건강한 자녀를 양육하였던 점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여러 가지 부정적 증후가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교사와의 대화에서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잘못된 언행을 하기에 부모님께 가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말씀드리고 부모님의 견해를 받아 오라고 하였더니 학생의 말은 “왜, 부모님까지 껴들게 만드세요?” 하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며칠 지나 글을 가져 오긴 했는데 그 글 자체가 어른 흉내를 낸 것이라 거짓말하는 것이 더 나쁜 행동임을 지적하자 “엄마가 ‘재수없어’, 하더니 빨래하니까 네가 써라”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우리 사회가 상당히 병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학교의 공교육은 무너진 지 오래라고 지적하여 왔는데, 가정교육까지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모두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이러다가 우리의 학교가 학생들의 인격형성에 대해서 방임자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지난 목요일 200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모든 수험생과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시험을 잘 치르기를 진심으로 바랐을 것이다. 수능시험은 수험생에게 있어서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요, 교사에게는 훌륭한 제자를 키워낸 보람찬 결과이기 때문에 이는 경시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학부모에게도 자녀의 뒷바라지가 결실로 나타나는 것인 만큼 그 결과에 따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성적 만능주의에 빠져 성적만 좋으면 개개인의 인성이 어떻든 상관할 일이 아닌 사회가 된다면 이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일 게다. 그 결과는 이런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고스란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학생들이 부모가 되고, 이들이 선생님이 된다면 그들에게서 배울 자녀와 학생은 어떻게 될 것이며, 이런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따라서 지금 우리사회가 우리의 자녀와 제자들을 위해 살펴보아야 할 것은 그들의 인성이 올바로 형성될 수 있도록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훈육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10년 뒤 그리고 20년 뒤 우리사회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언어적 폭력이 예방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절실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교육에 엄하며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훈육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또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온 심혈을 기울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의 슬픈 이야기를 들어도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황지욱(전북대교수·건축도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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