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북칼럼] '세계는 지금 물과 전쟁중' - 임수진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매년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지난 1992년 제47차 유엔총회에서 선포한 것을 계기로 지구상의 물 부족과 오염 방지 등을 통하여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전 인류의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히 올해는 "물과 위생"을 주제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나라들을 집중 조명하게 될 것이다.

 

UN이 나서 물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80여개국에서 세계인구의 40% 가량이 만성적인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2025년에는 약 25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물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물문제는 비단 일부지역, 일부국가에 한정된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간 물꼬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중동과 유럽,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나라간에 가로지르는 강을 두고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물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세기의 국가간 분쟁원인이 석유에 있었다면 21세기는 물분쟁시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이 연간 1,512㎥에 불과하여 UN이 정한 기준(1,700㎥/년)에 따라 물 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물로 인한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혹자는 여름철이면 물난리를 겪는 우리나라가 왜 물부족국가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돗물 잘 나오고, 마실 물이 없어 곤란을 겪거나 물이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물소비량중 생활용수는 21%, 공업용수는 9%에 불과하다. 22%를 차지하는 하천유지용수와 48%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농업용수에 이르면 문제가 심각하다.

 

장마철이 아닌 갈수기에는 하천유지용수의 부족으로 많은 소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며 수질악화와 생태계 피해를 불러오곤 한다. 작물 생육에 필수적인 봄철 급수기에 봄가뭄이 매년 반복되고 있고, 주기적으로 전국적인 큰 가뭄과 홍수가 되풀이 되고 있다. 국민 여가생활의 증가 등으로 수질오염은 날로 심화되어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필수적인 깨끗한 농촌용수 확보에 점차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농촌용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물부족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농촌공사가 관리하는 물길(용·배수로)은 지구 두바퀴 반에 해당하는 97,269km에 이른다. 물을 공급하는 지역도 594천ha로 임야(6,389천ha)를 제외한다면 국토면적의 16.7%가 공사가 공급하는 물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농촌공사에서는 물 문제 특히 농촌용수확보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고자 매년 전문가 중심의 심포지움을 개최하여 왔다. 본사에 물관리 전문 수자원관리처를 운영하고, 농어촌연구원에 환경연구부서와 수질환경팀을 가동함으로써 용수관리와 오염방지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물부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줄을 잇고 있는 지금, 장마때 한철 물부자였다가 일년내내 물 가난뱅이로 돌아가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우리나라 농촌용수의 특성상 계절적, 지역적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농촌용수관리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

 

세계 물의 날이 돌아오는 이즈음이면 연례행사처럼 봄가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부족과 물전쟁은 먼 나라 남의 얘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년내내 물부자가 되는 지혜에 농업인 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을 바란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화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닥불

사건·사고정읍서 외국인 근로자 폭행 신고⋯경찰 조사 중

금융·증권李대통령 “금융그룹, 돌아가면서 회장·은행장 10년·20년씩 해먹는 모양”

사건·사고고창서 방수 작업 감독하던 40대 추락해 부상

사람들한국 연극계의 거목, 배우 윤석화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