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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어린이에게도 인권이 있다 - 이근석

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생활을 하면서 가끔 맑은 사람, 밝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이는 세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차 늘 경계하고 의심하고 선뜻 가까이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로 점철이 되어 있어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날들이 그렇듯 그냥 맞이하고 하루 어린이와 잘 보내고 무엇인가 이벤트를 해 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보낸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아동들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안타까운 사건들도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 전자칩까지 동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호들갑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기억에서 잊어진다.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의 아동관은 천도교의 아동애호사상이다. 인내천(人乃天)과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23년 1회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세계 최초의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선언되었다. 그 후 1979년 UN이 '세계 아동의 해'를 정하고 1991년 9월에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법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미군정 아래에서 만들어진 '아동노동법규'로 시작으로 관계 정책과 법령이 30여 개 이상 만들어 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린이의 인권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멀었다. 아동인권을 이야기하면 코웃음을 친다.

 

어린이 헌장 마지막 절에는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의 소망이다. 겨레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또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키워야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엘리트 중심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동은 피곤한 상태이다.

 

아동의 권리상황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사회는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말만 있을 뿐이다. 예를들어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면서 어린이들에게 자문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학교급식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급식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한 적이 있는가? 학교 건물을 지으면서 어린이를 위한 시각으로 설계가 되었는가? 마을을 조성하면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시설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본 적이 있는가? 어린이의 의사를 늘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되어 오지 않았는가? 늘 성인의 눈높이로 진행하고 이를 이용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한 현에서는 마을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일을 결정하는데 어린이에게도 의견을 묻도록 조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알아서 좋은 것으로 했으니 따라 오기만 하고 수용하기만을 강요하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

 

어린이도 인권이 있고, 의견이 있다. 그들의 말에 한번 귀 기울여 보자.

 

성경에서는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쓰여 있다.

 

/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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