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광우병 괴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와 주류 신문인 조중동은 광우병 괴담이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이와는 정반대로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방송과 진보신문들은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정부는 기자회견, 청문회 자리 등을 통해 수차례 괴담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이니까 믿지 말라고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 괴담은 유언비어가 아니라 사실처럼 굳어져가고 있는 듯하다. 유언비어란 완전한 사실도 아니면서 거짓도 아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다시 말해 유언비어가 완전히 사실에 부합하면 그것은 이미 유언비어가 아니며, 또한 전혀 사실적이 아니라면 유언비어로서 통용되지도 않는다.
유언비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언비어란 비공식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전달과정에서 왜곡되고 악의적으로 조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병리현상으로 보는 부정적 관점이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광우병 괴담이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관점과는 반대로 유언비어란 주류 여론에 수렴되지 못한 소수의 잔류의견이 공중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의 욕구나 희망을 담아 또 다른 여론으로 확대 재생산되어가는 긍정적 여론형성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일찍이 심리학자인 앨포트와 포스트만은 유언비어와 관련된 공식 을 발표하였다. 유언비어의 양(rumor)은 이슈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중요성(importance)과 이슈에 담긴 증거의 모호성(ambiguity)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어떤 이슈가 전혀 중요하지도 않거나 모호하지도 않아 어느 한 쪽의 값이 0에 가깝다면 유언비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중요성과 모호성이 매우 높으면 유언비어는 엄청난 폭발성을 갖게 된다. 광우병 괴담은 유언비어가 폭발성을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다하겠다. 광우병은 우리의 생명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마저 두 패로 나눠져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진실이 더욱더 모호해져 광우병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언비어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되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슈와 관련된 사항이 더욱더 쉽게 이해되고 전달되기 위해 짧아지는 단순화(leveling), 특정 사항이 더욱 강조되는 첨예화(sharpening), 그리고 전달자의 관심과 감정이 실리게 되는 동화(assimilation)라는 현상을 통해 사실이 변질된다. 따라서 현재 떠돌고 있는 광우병 괴담이 사실로부터 어느 정도 과장되고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광우병 괴담이 유언비어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보다 분명한 과학적 증거들을 동원하여 유언비어의 공식에서 나오는 증거의 모호성을 줄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가 어떠한 과학적 증거들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어렵고, 또한 현실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라 하겠다. 아무래도 해법을 찾기 위해 무르팍 도사에게라도 가봐야 할 모양이다.
/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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