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 매년 '황조롱이'가 베란다에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만큼 보기 쉽지 않은 조류여서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쉬리가 전주천에 돌아온 일, 수달의 서식처가 발견된 일, 아주 최근에는 인근 산에서 하늘다람쥐가 발견된 일들로 전주가 살맛나는 도시가 되었구나 하면서 마음이 흡족한 일을 기억한다.
얼마 전 한 방송 환경다큐에서 지리산 칠선계곡을 방영하였다. 오랫동안 보호를 위해 입산을 금지했던 곳을 개방하면서 촬영한 것이다. 그곳은 원시림처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멸종위기의 다양한 생물종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을 제한하고 통제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인간이 가는 곳은 오염과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제비를 보기 쉽지 않게 되었다. 몇 년 동안 그랬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흥부와 놀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박씨를 물어다 보은을 해야 할 '박'도 보이지 않지만 초가집의 처마도 보기 쉽지 않다. 이제 제비는 한 도시의 환경지표 동물이 되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저 혹시 몇 년 사이에 제비를 보신 일이 있는지요'라고. 혹자는 잠자리가 감소하여 제비가 줄었다고 한다. 왜 잠자리의 개체수가 줄어들었을까? 논에는 농약으로 곤충이 살 수 없고, 하천은 시멘트로 가장자리를 보기 좋게 정리를 하니 수초가 없어져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고, 농촌은 처마가 없는 집으로 개량을 하였다.
최근에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슬픈영상> 이라는 제목으로 제비 부부의 슬픈 모습을 올려 조회수가 상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나가는 차에 한 마리가 죽고 나머지 한 마리가 곁을 떠나지 않고 몸을 비비며 슬퍼하는 모습이 올라와 있었다. 로드킬의 비극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제비가 보기 쉽지 않은 조류가 되어 더욱 화제가 된 장면이었다. 그 외에도 '제비'라는 단어를 검색을 하면 여기저기 제비를 보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만나기 쉽지 않은 조류가 된 것이다. 슬픈영상>
예전에는 집 주변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지지배배' 우는 모습이라든가, 처마 밑에 집을 지어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는 일은 일상생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많아지면서 제비가 돌아오고 있는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기쁜 통계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의 그런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전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더워지고 있다. 온난화로 예전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날씨가 지구상에 많아져서 굳이 오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제비가 돌아오는 도시는 인간에게 살기 좋고 살맛나는 도시일 것이다.
요즈음 전주 금암동 아파트 단지에 제비 한 쌍이 힘차게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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