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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9일 놀기위해 한 달 월급 소비한다고 - 정명희

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유류할증료는 별도구요.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52만원부터 70만원이 넘기도 하거든요"

 

연일 계속되는 유가상승 소식에 유류할증료가 많이 올랐을꺼라 짐작은 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성수기 동안 유럽항공권은 작년 가격의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고, 9일 정도의 휴가를 위해서 예상되는 지출금액은 평균 근로자의 한달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행업계는 2003년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2개월 연속 해외여행객이 감소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 바야흐로 레저홀릭 시대!

 

"21세기가 원하는 경쟁력은 휴식에서 창조되고 놀이에서 발견된다" 던가 "잘 쉬고 잘 노는게 경쟁력" 이라는 휴테크(休tech) 경영전략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웰빙, 주5일제 등과 더불어 여가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일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직 일을 통해서만 행복을 얻었으나, 여가가 사회의 지배적 패러다임인 현대사회에서는 여가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그러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반대로 노동시간을 늘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 "일과 소비의 교활한 악순환"

 

쇼르(Schor)는 미국사회에서 지난 20년 동안 생산성이 급격하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간은 증가하고 여가시간은 감소하는 모순적 결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였다. 여가와 소비에 쓸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활수준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생활은 점점 과도해진다. 특히, 자본주의의 결과물인 소비주의는 소비자의 불만을 새로운 자원을 소비함으로써 해소하게 하고, 이러한 소비를 위해 사람들은 보다 장시간 노동할 수 밖에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현대의 여가생활은 대부분 소비활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비용적 제약이 여가활동을 좌우하는 큰 변수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여가산업의 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GDP의 28.78%에 해당하는 2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가계 총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오락문화비만 국민 1인당 연간 66만 2천원으로 나타났다.

 

〈휴테크 성공학〉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휴가분산제, 여가시간 총량제 도입에 대한 캠페인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여가를 즐기기에는 금전적인 한계가 따른다. 휴가를 반드시 해외로 가야 하는가 또는 많은 금전적 소비를 필요로 하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여가를 위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보다 많이 일해야 하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장시간 노동'을 위한 구조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9일을 쉬기 위해 한달 월급을 바칠 것인가?

 

그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과 관련된 것이므로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과 삶의 조화(work and life balance)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참 어렵고도 멀게 느껴진다.

 

/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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