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우석대 심리학 교수)
요즘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부자라고 하는데, 매달 정해진 날에 꼬박꼬박 월급이라는 재물을 받는 나는 부자일까? 살고 있는 집값이 9억과는 거리가 먼지라 일단 이 기준 상으로 볼 때 나는 부자가 아니다.
재물이 얼마만큼 이면 부자일까? 문제는 넉넉함의 기준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지라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지녀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지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성싶다. 연일 금융시장의 문제, 환율 폭등, 세계 경제시장의 붕괴니 악화니 하는 소식들로 시끄럽다. 거기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소식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장관님의 고소득자의 가슴에 대못 질 하면 되겠느냐는 말씀은 새삼 부자의 기준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노블레스 오블리즈 (Noblesse oblige) : 지위가 높으면 덕도 높아야 한다." 는 프랑스 속담이 겹쳐진다. 불어의 "obliger"라는 동사가 지니고 있는 의미에는 의무감, 책임감 등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고소득자, 이른바 부자에게 그들의 부와 권력과 명성에 대하여 의무,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정의 실천에 앞장서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부시정권이 가장 힘쓴 정책 중에 하나도 세금 경감이었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상속세 폐지에 대한 논란은 눈여겨 볼만 하다. 상속세 폐지를 반대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세계적인 부호로 알려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이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가장 큰 굴지의 부자들로 구성된 "책임 있는 부자"라는 모임을 만들어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상속세 폐지 법안을 취소하라는 광고를 낸 것이다.
워렌 버핏은 "상속세가 없다면, 사람들이 재능이 아닌 유산에 의지해 국가의 부를 좌우할 능력을 얻게 된다." 라고 주장하며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였다는 것이다. 단순히 문화차이, 사람차이, 아니면 멘탈리티의 차이라고 치부하자니 많이 열등해 진다. 서민층이든 고소득층이든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신체적인 고통의 지수는 같을지 몰라도 지각된 고통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그래서 잠시 유치한 생각을 해 본다. 고소득층의 가슴에 박힌 대못은 큰 걱정 없이 뺄 수 있는 여건이라도 있지만 서민은 그렇지 못하여 대못으로 인한 2차, 3차 감염까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인간의 욕심은 메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부자가 되기에는, 말 그대로 책임 있는 부자가 되기에는 여전히 허기진 자들의 욕심은 정말 채워질 수 없을까. 마음이 가난해야 복이 있다고, 그러면 천국이 저희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박혀버린 대못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얼마나 박힐지 모를 대못을 뺄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의 일상은 천국 갈 날을 믿고 현실을 감내하기엔 시시때때로 먹먹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박영주(우석대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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