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엽(수필가·필애드 대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치매에 대한 공포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권총자살을 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대통령의 무책임한 말장난으로 한강에 투신했다. 자살의 원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단연 세계 으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치인의 자살은 지금까지 한건도 없다는 것이다. 왜 일까? 자살이란 사랑과 저주사이에서 생긴 고민의 결과인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저주에 휘몰리면서도 아무런 고민 없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리더십의 부재로 조직을 지리멸렬 시킨 결과 그것이 온통 국민의 고통과 절망으로 돌아오게 했으면서도 비이성적 난동과 무질서를 끝내려 하지 않는다. 거대 다수는 소수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한심한 정치현장이다.
독일, 미국, 프랑스에서 최근 잇달아 일어난 세계적 거부들의 자살사건은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준다. 하나 같이 선대가 이룩해 놓은 부를 지킬 수 없다는 공포와 수많은 종업원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지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살은 강한 책임감의 표현이자 신뢰상실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무참하게 짓밟고 나라의 위신을 시궁창에 떨어트린 그들은 반성의 기미는 없고 국민에게서 위임 받은 권력만을 즐기고 있다.
두 명의 국회의원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1심판결을 받았을 때 만약 이런 사태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함께 자폭을 하자고 울분을 토 했다. 과연 어떻게 되고 있는가? 자폭은 고사하고 죽은 자의 무덤 위에서 영화를 찾기 위해 수많은 인걸(?)들이 기웃거리고 있다. 그 면면을 살펴보라. 한마디로 가증스럽다. 마치도 하이에나의 잔치마당을 보는듯하여 전율을 느낀다. 무정하게 떠났던 수구초심의 정객도 대선의 추억을 잠시 접고 이름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제는 제발 좀 냉정해지자. 지방선거가 1년도 훨씬 더 남았는데 후보를 미리 정해서 여론을 선점하자는 계획이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모양이다.
순리를 무시하는 구시대적 작태일 뿐 아니라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외면이다. 전임 대통령 네 명이 백악관에 모여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오바마 당선자에게 힘을 더해 주자고 다짐했다는 소식도 못 들었는가. 우리는 염원한다. 책임과 신뢰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그리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리더를 고대한다. 미국역대대통령 가운데 인기 1위는 노예해방이 아니라 미국의 통합을 이룩한 링컨이었다.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간절히 염원하면 통하게 돼 있다. 돼도 좋고 안 돼도 좋고가 아니라 반드시 돼야 한다는 염원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때 지도자가 할 일은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염원을 갖는 것이다. 국민을 함부로 팔지 말고 머리와 가슴과 입으로 국민을 위하는 염원을 말해야 한다.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의지라면 가능하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없다. 항상 우리다. 모든 것이 회생하는 봄, 그 찬란한 봄과 함께 고달픈 질곡의 삶을 끝내기 위하여 우리 모두 염원하자! 희망을 노래하자! 정초에 자살을 들먹이는 이유를 상기하자.
/안홍엽(수필가·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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