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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을 꿈꾸며 - 김원호

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

6.25 전쟁이 끝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었던 우리 정부는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과학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1959년 2월 정부기관으로 원자력원을 설립하였다. 이후 원자력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산하의 원자력연구소, 방사선의학연구소, 방사선농학연구소 등 3개 연구소를 통합하여 1973년 한국원자력연구소로 민영화하였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다시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1965년 한·미 정상회담이 있은 후 당시에는 국내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대식 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그 이듬해 설립되었다. 국내 학자들과 해외유치 과학자들을 주축으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에 막을 올리게 되었다. 초창기의 연구소들이 설립된 지 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수입대체 효과가 큰 연구대상을 찾아 국내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개발이 주된 목적이었다. 따라서 과학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이 끝나거나 관심이 없어진 모방형 연구개발도 언론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흔히 copy성 연구라 일컫는 그러한 연구 결과도 나름대로의 부가가치가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독창적이고 단 하나 밖에 없는 연구 결과와 기술만이 세계 일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이웃나라 일본의 과학자 3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독식하였고, 미국인과 함께 노벨 화학상마저 공동 수상하면서 일본은 총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국가별 수상자 수를 따지자면, 미국·영국·독일을 선두로 일본은 유럽의 덴마크·오스트리아와 함께 세계 10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노벨 평화상 수상자 한 명을 배출하였을 뿐,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몹시 속상한 일이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 한 번 배출하자고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연구·기술개발에 그토록 많은 예산과 정성을 쏟아 부었던 정부와 정치인들 역시 마음이 심란하기는 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더욱 더 기초과학에 투자하여야 한다고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바꿔 보기는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002년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축구대표팀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 있었고, 대표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조건없는 축구협회의 지원이 우리의 꿈을 실현케 한 것이다. 언론과 함께 꿈을 가진 모든 이들의 사랑과 관심은 국가대표팀의 어깨를 무겁게 하기도 했지만, 월드컵 4강을 만들어 내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는 우리의 과학기술 분야는 어떠한가?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보다는 운동 경기의 결과가, 그 보다는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이 우리 사회의 더욱 더 큰 관심사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과학자들의 꿈인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아직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인지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기술 개발이 우선인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크고 세계 최고의 연구결과와 기술이 단 시간에 얻어지기 힘든 점을 고려한다면,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살림에 과수나무를 심고 나서 뿌리는 잘 내리고 있는 지 궁금한 나머지 매년 흔들어 본다면 그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감 놔라 배 놔라 남의 일에 간섭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연구실에서 독창적인 생각을 하고 고민하며 실험을 통하여 우수한 결과를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오랜 고민 끝에 제안한 연구기획물을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연구예산을 흥정하는 것도 우리 연구자를 좌절하게 한다.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와 자신을 속이면서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대단히 다른 것이다. 연구자와 기술자 그리고 연구행정을 하는 우리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올바른 생각을 하는 젊은 후배 과학자가 우리 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도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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