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참으로 착잡하다. 경제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어떤 힘도 보이지 않는다. 촛불집회와 용산참사를 겪으면서 언론도 시민단체도 왠지 무기력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더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야당은 어떠한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밑바닥인데,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은 너무 무기력하다. 오히려 지지도는 여당보다 낮다. 의석 숫자에서 밀린다고 하지만 도무지 매서운 맛이 없다. 미디어 관련 악법의 처리도 결국 시한만 연장했을 뿐 동의해준 셈이고, 거대여당 앞에서 너무 맥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4?29 재선거를 이명박 정부 심판의 계기로 삼겠다고 호언했는데, 정동영 출마선언과 박연차리스트에 부딪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이다. 이제 민주당이 정동영 전 장관을 공천하든 아니든 민주당과 정동영 전 장관은 함께 추락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도 덧셈정치도 모두 놓치게 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민심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경제난국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라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을 놓고 열렬한 토론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런 것과 거리가 멀다.
그 동안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정치적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했고, 용산참사의 문제를 본원적으로 규명하는 정치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경제난국을 돌파하는 해법은 더더욱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 역시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에게 자신의 출마와 공천배제라는 요구만을 반복할 뿐이다. 정세균 대표나 정동영 전 장관이나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의 승부에서 진 사람들이다. 패자들끼리 연대하여 후일을 도모하기는커녕 패자부활전을 치르듯 격돌하고 있다.
일차적인 잘못은 정동영 전 장관에게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고문을 맡고 있으면서 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민주당을 고문하고 있지 않은가? 돌출적인 출마선언은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무례하거나 무모한 도전이다. 반면에 정세균 대표는 너무 시간을 끌면서 우물쭈물하다가 주도권을 놓치는 버릇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담판, 한나라당과의 싸움도 시간을 끌면서 분명하거나 단호한 태도보다는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다 결국 그들의 요구대로 들어주는 꼴이 되지 않았나?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정동영 전 장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지역주민의 선택을 받아 온 민주당은 이제 지역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의 분당,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통합, 이제 다시 분열할 것인가? 분당이든 합당이든 시대정신과 정치철학을 근거로 한다면 반대할 일은 아니다. 제 밥그릇 챙기기와 상대방 죽이기를 위한 분당이나 합당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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