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북칼럼] 수학능력시험 성적공개는 위험한 도박이다 - 천호성

천호성(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전국의 고교별 수능성적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2009년 10월 12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조선일보는 수능의 3개영역(언어, 수리, 외국어)에 대해 상위 100개의 학교를 순위별 도표로 제시하였다. 자연스럽게 수능에 대한 전국 상위 학교가 서열화 되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수능성적 공개로 교과부가 고교 서열화를 우려해 설정했던 마지막 금기가 깨졌고,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만 셈이다. 이번 수능성적의 공개는 1994년 수능이 시작된 후 최초로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현상이나 사실의 공개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수능 성적의 자료가 학생 개인의 학력이나 학교간의 학력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올바를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기초적인 연구나 분석의 데이터로 활용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인 특정학교 입학을 위한 입시전쟁이 가속화되고 불필요한 사교육비의 증가를 부추기며, 학교 서열화를 통한 학연 중심의 패거리 문화가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에게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데 초점을 두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당국은 학교가 지역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교육당국이 지금까지 수능성적을 공개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성적공개를 통해 불필요하게 고등학교를 서열화 하거나 등급화시킴으로서 교육현장에 나타나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를 수능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나는 이번 수능성적공개가 가져올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점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수능성적공개는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를 단순히 성적으로만 서열화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교과부가 마지노선으로 지켜왔던 3불정책의 하나인 "고교등급화"의 반대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미 고려대학교 등 일부 대학의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자의적으로 고교 등급화를 자행해온 사실들이 확인되어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둘째, 이번 성적공개로 특정학교에 대한 쏠림현상이나 기피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이러한 쏠림 현상은 특목고나 자사고 등을 포함하여 일부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중학교 교육이 과열 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중학교의 교육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자칫하면 중학교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고교평준화 정책"이 뿌리 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고교평준화 정책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간 불필요한 입시과열 경쟁을 막고 학교 간 편차를 줄이는 등 일정정도 학교 교육의 안정과 사회통합에 기여해 왔다는 긍정적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교육은 가능한 학생 간 혹은 학교 간의 편차를 줄여 사회적 불평등 현상을 줄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수능성적 공개로 인해 "고교평준화" 정책이 상당히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개하지 않아도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학교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많은 사람들을 일류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의도는 무엇인가? 나는 여기에 "고교등급제"를 합리화하고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기 위한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능시험 성적의 공개 결과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목고와 비평준화지역의 학교가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학교간의 격차가 매우 심하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제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은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에 대한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어떻게 학교 간의 편차를 줄일 것인지 진정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천호성(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화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닥불

사건·사고정읍서 외국인 근로자 폭행 신고⋯경찰 조사 중

금융·증권李대통령 “금융그룹, 돌아가면서 회장·은행장 10년·20년씩 해먹는 모양”

사건·사고고창서 방수 작업 감독하던 40대 추락해 부상

사람들한국 연극계의 거목, 배우 윤석화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