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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유혹의 3단계 - 황태규

황태규(우석대 교수)

요즘 지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은 바로 '유치'라는 용어이다. 관광객유치, 주민유치, 귀농인 유치, 투자자본 유치 즉 외부에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들은 사활을 건 전쟁을 하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10여 년 전까지 일요일 아침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특정 지역을 선정해서 그 지역과 연고가 있는 유명인과 함께 그 지역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풍광과 문화를 얘기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요일 아침 사람들이 그 프로를 보면, 프로그램의 명칭처럼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던 프로그램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즉 유혹에도 단계가 있다. <가보고 싶다> 가 바로 유혹의 1단계이다. 1단계에서 그 지역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 주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의 자연과 가장 한국적인 문화는 타 지역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본다.

 

2단계는 "머물고 싶다"라는 유혹을 자극하는 단계이다. 머물게 하려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이 바로 이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자연공간의 마케팅에 그치게 된다. "사람들이 오면 뭐해, 다 준비해 와서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데……."라는 푸념을 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즉 2단계에 대한 확실한 준비가 되지 않는 지자체는 끊임없이 이 이야기를 반복해야 할 것 이다. 머물 곳이 없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머물고 싶은 공간> 이란 가까이에서 자연풍광을 즐길 수 있는 1차적인 공간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이 머무는 곳 자체가 강력한 방문객흡입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객 중 일부는 자연풍광을 즐기기 위해 그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단지 편안한 그 장소 그 공간에 머물고 싶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아주 잘 지은 호텔, 콘도 등의 시설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시설로 심지어는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제천에 가면 es리조트가 있다. 충주호 근처의 아름다운 유럽형 콘도이다. 여행 전문가들이 꼭 한번 가고 싶은 공간 1위로 꼽는 곳이다. 담양리조트도 빠지지 않는다. 명사들이 광주를 방문할 때, 광주에서 30여분이나 떨어진 담양리조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일찍 일어나서 목적지에 가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3단계는 바로 <살고 싶은 곳> 즉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단계이다. 머물다 보면,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고, 바로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그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살고 싶은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등 다양한 산업적 가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지역이 집중해야 하는 단계는 바로 2단계 <머물고 싶은 공간> 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문화관광연구원에서는 '가고 싶은 휴가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 전북은 3%수준으로 전국광역지자체 중에 충북을 제외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전북의 관광관련시설이 3%수준이기 때문에, 수용능력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북관광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관광시설투자이다. 새만금지역관광의 시작인 2010년, 전북이 1단계 <가보고 싶은 곳> 에서 2단계 <머물고 싶은 곳> 으로의 유혹의 2단계가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

 

/황태규(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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