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규(우석대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전후(55년~65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라 부른다.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이들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헌신했을 뿐 아니라 열정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고 어느 세대와 견줄 바 없이 가장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 2010년은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은퇴를 시작하는 원년으로 해마다 30~40만명이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런 대규모 은퇴는 사회적 쇼크임이 분명하다. 이미 3년 앞서 베이비붐 은퇴가 시작된 일본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은퇴예정자들에게 '부동산 자산 비중을 50%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권유한다. 이는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뜻도 되지만, 한편으로 '공간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은퇴 후에도 서울이라는 고비용의 도시에 남을 것인가의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은 뉴타운 등의 영향으로 도시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로 단일화되어 있어, 과거와 같이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립이나 다세대 등으로 주거형태를 쉽게 바꿀 수 없다. 지역 편차가 있으나, 5~10억 정도 되는 주거비용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굳이 고집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은퇴시 주어진 자금과 앞으로 주어질 수명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들의 은퇴는 혁명적인 인구이동을 불러오게 될 지도 모른다. 즉 도시주거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는 역으로 수도권에서 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세대가 지역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부동산 자산문제도 있지만 그 외에도 세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70%이상이 바로 지역출신이라는 것, 즉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이나 직장 때문에 현거주지가 수도권일 뿐 오히려 낯설지 않고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이 출신 지역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일생활권에 진입하였고, 국토의 대부분을 근교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정보화로 거리를 극복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특히 전북지역은 현재도 2시간대의 반나절 생활권에 속해있고, '2차 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10년내 전북은 1시간 생활권에 속하게 된다.
세 번째로는 주말이면 방방곡곡 산하를 누비는 등산객과 건강을 위해 걷고 뛰는 대부분이 40~ 50대 후반 중년들이다. 즉 베이비붐세대의 대부분은 자연과의 교감을 이루는 자연친화적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은 그들을 어떻게 반기고 맞이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야하지 않겠는가? 즉 새로운 지역회귀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베이비붐세대가 선호하는 산업과 고용 등에 대한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의 이동은 지금까지의 단순한 귀농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역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섬세한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 어쩌면 가장 까다로운 지역주민의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허브와 치즈 같은 산업은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도시민 친화형 산업이라 볼 수 있다. 즉 '허브'나 '치즈'가 도시민들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농사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접근성이 용이하고 새로운 소재나 건강관련 산업들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베이비붐세대와 지역이 서로 필요에 의해서 결합할 수 있는 조건, 즉 주거환경, 고용, 소득, 투자 등이 맞물리는 정밀한 신주민유치시스템(은퇴자 유치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전북이 먼저 시작한다면, 새로운 지역주민 유치를 통한 지역활성화라는 지역발전 모형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 황태규(우석대 교수)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